국민일보 2015-5-28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기정사실화 이후 일본의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서 한국경제에 잇단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연내 금리 인상 시사 발언이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매입-엔화 매도' 움직임을 부추겨 엔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26일 달러당 123엔대를 기록했다. 2007년 7월 이후 7년10개월 만에 엔화 가치가 가장 낮아진 것이다. 연내 달러당 130엔대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 같은 엔화 약세는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를 상승시켜 우리 기업의 수출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내수 회복이 더딘 데다 수출까지 부진한 한국경제에 초비상이 걸린 셈이다. 엔저 현상에 국내 상당수 수출 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일본과 경쟁하는 수출기업 300여개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 절반 이상(55.7%)이 엔저로 수출 피해가 났다고 답했다. 또 기업 10곳 중 7곳이 엔저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대외 경제환경이 워낙 불확실한 점에 기인한 것이지만 기업들의 대비도 미흡했음을 드러내고 있다.
엔저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선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중요하다. 때마침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가 27일 공개한 '일본 주요 기업의 경쟁력 강화 사례' 보고서는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일본 주요 기업 530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30조4200억엔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 수준(30조200억엔) 이상으로 개선된 것은 엔저 영향 때문이기도 했지만 기업들이 장기간 추진해온 체질개선에 힘입었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이 기나긴 엔고와 경기침체 속에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R&D), 생산설비 효율화, 철저한 고객 중심 영업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한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엔저 심화로 기업 애로가 많겠지만 이제는 천수답식 경영에서 탈피하고 뼈를 깎는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사업구조 재편과 효율화, R&D 강화, 기술력 향상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힘쓰는 한편 시장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부도 구조개혁과 합리적 규제 개혁으로 기업을 뒷받침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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