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 ‘오랑캐’, ‘야인’으로 불린 여진족. 청(淸)을 일으킨다. 청나라에는 특별한 이름이 붙었다. ‘대청제국’. 멸만흥한(滅滿興漢)을 외친 한족조차 그렇게 부른다. 왜? 중국대륙을 지배한 과거 어느 왕조보다 빛나는 성세(盛世)를 이루었으니 그렇다. 서구문명에 뒤져, 한족의 반란에 밀려 만주로 쫓겨나지만 성세의 흔적은 깊다. 한족을 누르고 대청제국을 건설한 힘은 무엇일까.
청의 관학 중심인 국자감. 건륭제 때 그 규모가 놀랍다. 퇴성호, 대동호, 신남호, 소북호, 교지호, 동호, 서호…. 끝없이 이어지는 이들 이름은 국자감 학생이 묵는 학사 이름이다. 580칸을 웃돌았다고 한다. 한나라 때 태학이 1800칸에 3만명의 학생을 뒀으니 북경 국자감에 기숙하는 학생만 1만명에 가깝다는 계산이 나온다. 명나라 때보다 많다.
조선은 어땠을까. 성균관 유생은 200명 안팎이다. 인재풀의 규모가 다르다. 세종 때의 집현전, 세조 때의 홍문관, 정조 때의 규장각. 조선의 싱크탱크는 주로 성균관 유생 출신으로 채워졌다. 공부하기 좋아한 세종, 정조 때 외에는 그나마 싱크탱크 학자들은 찬밥을 먹고, 조선 말기에는 유명무실해진다. 왜? 돈이 없고, 부패에 절었으니 인재 모을 여유가 없다.
우문을 던져 본다. 싸움을 한다면 조선이 이길까, 청이 이길까. 조선은 이기기 힘들 것 같다. 그랬으니 오랑캐, 야인이라고 깔보더니 상국으로 떠받들밖에.
미국은 어떤가. 헤리티지재단, 후버연구소, 브루킹스연구소, 카네기재단…. 세계적인 싱크탱크를 열 손가락으로 꼽기도 힘들다. 그곳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미국 대학의 인재가 모인다. 우리나라의 싱크탱크는? 생각나는 곳이 별로 없다. 그나마 알량한 국책연구기관에서 사람이 빠져나간다고 한다. 경제·인문·사회 관련 국책연구기관에서 빠져나간 연구원은 지난 5년간 2978명에 이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연구원에서만 288명이 그만뒀다. 수십년 동안 갈지자 행보를 한 교육정책은 이와 관련 있는 것일까. 교육정책만 그럴까. 한심한 노릇이다. 수백조원의 세금은 어디에 쓰는지….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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