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관심을 모은 것은 그레이하운드 광고다. 날렵한 사냥개가 서울과 부산을 잇는 이미지에 ‘미 대륙 횡단의 관록을 자랑하는 고속버스’ ‘우리나라 유일의 서울 부산 간 논스톱 버스’라는 수식어를 넣었다. 그 유명한 2층버스 모양과 ‘특설화장실’ 문구도 담았다. 그레이하운드는 미국 최대 장거리 버스 브랜드로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최고 인기였다.
고속버스 기사들은 공군 장교처럼 소매 끝에 금테를 두른 유니폼을 입었고, 안내양들은 예쁜 모자에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남성들을 설레게 했다. 대우가 좋아 ‘지상의 파일럿’ ‘지상의 스튜어디스’로 불렸고, 안내양 양성 전문학원까지 생겼다. 시골에서는 효도관광을 위한 고속버스계(契)가 유행했다. 서울 사람들이 활어와 생선회를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고속버스 덕분이다.
자동차산업 발전도 함께 이뤄졌다. 초기에는 외국에서 고속버스를 들여왔지만 1971년부터 신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 현대자동차가 국산 고속버스를 잇달아 개발했다. 그레이하운드는 훗날 중앙고속이 인수했다.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차량 내부도 더 쾌적하고 고급스러워졌다. 안내양이 없어진 자리는 첨단 디지털 장비가 채웠다.
땅이 넓은 미국이나 캐나다 중국 등에서는 침대형 고속버스가 많다. 그레이하운드는 미국 전역과 캐나다, 멕시코 일부 도시까지 연결한다. 미국에만 3100여 노선에 2400여개의 터미널이 있다. 일본도 혼슈에서 규슈, 시코쿠까지 연결하는 침대차를 운행한다. 유럽은 철도의 ‘유레일’처럼 국제선 고속버스 ‘유로라인’을 서비스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 3월부터 비행기 1등석 같은 침대 고속버스를 탈 수 있을 전망이다. 좌석마다 칸막이와 모니터가 있어 영화·TV·게임을 즐길 수 있고 휴대폰도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좌석 수가 21석 이하이니 일반고속(45석)과 우등고속(28석)보다 훨씬 넓다. 요금은 우등버스보다 30%, 일반버스보다 95% 높다. 서울~부산 침대형이 4만4850원이면 KTX 일반실 요금(5만9800원)보다 1만4950원 싸다.
화물칸에 자전거 전용 거치대를 마련하고 통합 모바일앱을 개발하는 등 고속버스의 끝없는 변신 노력이 신선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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