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軍事·武器

[방산 현장을 가다]② 우리손으로 만든 유도미사일, LIG넥스원

바람아님 2016. 8. 13. 00:18

조선일보 : 2016.08.12 13:44


‘주인공이 모는 전투기의 뒤에 적기가 붙었다. 적기가 주인공이 탄 비행기를 조준(Lock-On)하고 유도미사일을 쐈다. 주인공은 열추적 미사일을 피해 높이 날다가 엔진을 끈다. 타깃을 잃은 유도미사일은 공중에서 폭발한다. 주인공의 역공이 시작된다.’

전투기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장면이다. 주인공의 경이적인 조종술은 적의 유도미사일을 무용지물로 만들지만 실제로도 그럴까?

유도미사일에는 첨단 과학 기술이 가득하다. 열추적부터 레이더 재밍 회피, 적외선과 가시광의 이중모드 영상탐색까지. 비행기의 엔진을 껐다고 해서 유도 미사일을 피할 수는 없다.

LIG넥스원(079550)은 유도미사일을 개발·생산하는 종합방산업체다. 정밀 유도무기를 비롯해 감시정찰, 지휘통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기술력을 확보해 왔다.


LIG넥스원 홍보영상./유튜브

◆ 창립 40주년 맞은 LIG넥스원…’기술경영’이 고성장의 밑거름

LIG넥스원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1세대 방위산업체다. 금성정밀공업으로 출발해 LG정밀, LG이노텍을 거쳐 2004년 LG그룹에서 LIG그룹이 분리될 때 LIG넥스원으로 독립했다.

[방산 현장을 가다]② 우리손으로 만든 유도미사일, LIG넥스원
LIG넥스원의 최대주주는 LIG그룹의 지주회사인 ㈜LIG로 지분 46.36%를 보유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GIC 프라이빗 리미티드도 LIG넥스원 지분 5.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효구 부회장이 LIG넥스원의 최고경영자(CEO)이다. 2007년부터 LIG넥스원의 대표이사를 맡아온 이 부회장은 국내 방산업계를 대표하는 최장수 CEO로 꼽힌다.

LIG넥스원의 매출은 최근 10년 사이 6배 성장했다. 2004년 3463억원을 기록한 LIG넥스원의 매출은 올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창사 이래 ‘기술경영 최우선’의 경영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천했기 때문에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고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함대함유도무기(해성), 지대공유도무기(신궁, 천궁), 어뢰(청상어, 백상어, 홍상어) 등 우리 군이 필요로 하는 정밀 유도무기를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개발·양산했다. 최근엔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의 ‘한국형 탐색기’ 개발에 성공했다. 정밀 유도무기의 핵심 구성품이자 기술력의 상징인 ‘탐색기’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 개척의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미사일 추진제의 생산성, 경제성, 친환경성을 강화한 ‘열가소성 추진제 개발’도 성공하는 등 방산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전차유도무기 ‘현궁’./LIG넥스원 제공
대전차유도무기 ‘현궁’./LIG넥스원 제공
2011년 LIG넥스원은 방산업체 최초로 한국인정기구인 KOLAS로부터 환경 및 신뢰성 등 3개 분야 국제공인 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이동주 LIG넥스원 생산본부장은 “이곳에서 만드는 제품의 불량률은 ‘제로(0)’수준”이라며 “LIG넥스원의 시험 성적서는 미국이나 일본에 무기를 수출할 때 그 나라에서 인증을 받은 것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 상상과 달랐던 방산 공장… 미사일은 어디에?

지난 3일 각종 미사일이 도열해 있는 공장 모습을 상상하며 LIG넥스원 구미하우스로 향했다. LIG넥스원 구미하우스는 경북 구미공단에 위치해 있다. LIG넥스원 공장은 예상 외로 고요했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무기공장인 ‘스타크 인더스트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로봇이 미사일을 조립하고, 한 켠에선 엔지니어들이 쇠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단번에 깨졌다.

대부분의 엔지니어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레이더 장비나 각종 탐지장비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었다. 여느 연구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전쟁터에서 100% 성능을 발휘하기 위한 ‘품질 신뢰성’은 방위산업의 핵심요소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첨단 설비를 활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대함 유도무기 해성 발사장면./LIG넥스원 홍보영상
함대함 유도무기 해성 발사장면./LIG넥스원 홍보영상
구미 생산본부에서는 레이더와 교전통제 시스템을 만든다. 미사일의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목표물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지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레이더가 한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교전 통제소는 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린다. 전장에서 정보를 혼동하지 않고, 아군이 내리는 다른 정보와 섞이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런 시스템도 LIG넥스원이 만든다.

생산동 밖으로 나와 레이더체계 종합시험장으로 향했다. 높이가 10m가량 되는 ‘장거리 레이더’와 ‘저고도 레이더’가 낙동강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레이더체계 종합시험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모의 표적 시험, 대(對)전자전 시험 등 레이더의 성능을 확인, 검증하는 곳이다. 강 건너편에 있는 전파 송신기에서 발신하는 정보를 탐색하는 방식으로 레이더의 성능을 확인한다고 LIG넥스원 관계자는 전했다.


대공미사일 천궁 체계./LIG넥스원 제공
대공미사일 천궁 체계./LIG넥스원 제공
◆첨단 지대공 유도무기 생산현장을 가다

미사일 생산을 담당하는 김천하우스로 발길을 옮겼다. 구미하우스에서 김천하우스까진 자동차로 50여분이 걸렸다.

김천하우스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요새처럼 보였다. 공장 주변에 민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장 주변을 담과 철조망이 둘러싸고 있었다. 산 능선엔 초소가 보였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김천하우스를 지키는 경비 업체 직원이 근무하는 곳”이라며 “예전에는 군에서 방어를 담당했지만 이제는 민간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전시 주요 방호시설인 만큼 예비군 훈련 때는 이 지역에서 훈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장 안은 깨끗한 과학실 같았다. 작은 방 5~6개로 나뉘어 있었는데, 모두 먼지 하나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깔끔했다. 정전기로 폭발사고가 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안전화를 신고 정전기 방지 동판에 손을 댄 후에야 공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만약의 폭발 사고를 대비해 공장 건물 내벽을 20cm 이상으로 두껍게 지었다.

조립장에서는 근로자 2명이 한 조를 이뤄 천궁 체계에 들어갈 유도미사일을 만들고 있었다. 로봇에 의해 만들어질 줄 알았는데, 나사 조이는 것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공정별로 제작과 검사작업이 동시에 이뤄졌다.

천궁은 중고도로 비행하는 적 비행기를 요격하는 첨단 지대공 유도무기다. LIG넥스원은 노후화된 호크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국립과학연구소 주관 아래 천궁을 개발했다. 천궁 시스템은 발사대, 다기능 레이더, 장전장비, 전원장치, 교전통제소 등 총 5대의 차량으로 구성된다. 목적에 따라 발사대 탑재차량을 추가할 수 있다. 미사일은 천궁 발사대에 탑재된다. 천궁용 다기능 레이더의 경우 한화탈레스가 생산하고 있다. 체계 종합 생산은 LIG넥스원이 담당한다.

LIG넥스원은 무기 생산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 7일에는 김천시와 '김천2공장' 건립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천2공장은 2023년까지 김천시 어모면 일대 22만㎡(6만4000평) 부지에 들어선다. LIG넥스원은 이곳에서 첨단무기 구성품 개발과 수출, 대형 양산사업에 필요한 주요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효구 LIG넥스원 부회장은 “김천2공장 건립을 계기로 LIG넥스원이 글로벌 방산업체로 도약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방산 현장을 가다]② 우리손으로 만든 유도미사일, LIG넥스원

◆ 군 관련 비리는 모두 ‘방산비리’인가...어깨 무거운 방산인들

이날 공장에서 만난 직원들의 표정에선 그늘이 보였다. 넥스원 공장 직원은 “여기서 근무하는 직원 중 상당수는 오랜기간 방산업에 몸담아온 장인들이고 국제기능대회에서 우승한 직원도 있다”면서 “그런데 최근 들어 많은 직원이 자부심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방산업체들은 군납비리, 무기도입비리까지 싸잡아서 ‘방산비리’로 통칭하는 현실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했다. 공장에서 일하던 한 직원은 “방산업체에서 일한다고 하면 비리집단이나 잠재적 범죄자처럼 본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4년 11월부터 방산비리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600억원가량이 들어간 통영함의 납품비리가 불거진 게 기폭제가 됐다. 방산업계의 암덩어리였던 비리의 고리를 끊은 것은 평가할 일이지만 방산업에 비리집단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당시 가장 많은 비리 사례로 꼽힌 건 ‘시험평가서 위조’였다. 방산업계에선 ‘융통성이 없는 수사 결과’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방산 제품을 납품할 때엔 시험평가서를 같이 제출해야 한다. 수리나 교체 등으로 소량의 부품이 필요할 때도 시험평가서를 내야하는데, 최초 납품일로부터 시간이 지난 제품은 시험평가서 유효 기간이 만료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시험평가서를 재발급하는데 보통 20만원정도가 든다. 몇천원~몇만원 어치 부속품을 납품하면서 20만원짜리 시험평가서를 요구하는 건 배보다 배꼽이 큰 거 아닌가. 비용을 군에서 내주는 것도 아니다.”

방산업계는 시험평가서 제출 기준을 정하고 그 이하일 경우 품질인증서를 생략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무시당했다. 제도개선을 주도해야할 방위사업청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군과 방사청의 ‘행정편의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