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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중국의 소금 전매

바람아님 2016. 10. 11. 23:53
경향신문 2016.10.11. 20:52

중국은 동서양을 통틀어 국가가 소금의 생산과 유통을 독점하는 소금 전매를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7세기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명재상이었던 관중(管仲)은 중국 최초의 소금 전매론자로 불린다. 상인 출신인 그는 군주 환공(桓公)에게 소금 전매 도입을 권유해 제나라가 춘추오패의 반열에 오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발해를 낀 제나라는 풍부한 소금 생산지였고 질이 좋기로 유명했다. 소금에 세금을 부과해 재정수입을 늘리고 교역을 통해 국부를 키웠던 것이다. 만리장성 건축의 주요 재원도 소금 전매에서 나왔다.

1949년 공산당의 신중국 성립 후에도 계속 유지됐던 중국의 소금 전매가 내년부터 폐지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 9일 ‘소금 가격 개방에 관한 통지’를 발표, 내년부터 시장의 수요·공급에 의해 소금 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훨씬 많고 소금산업의 비효율을 개선하려는 조치다. 현 체제에서는 기업이 소금을 생산, 판매하려면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생산량도 정해진 쿼터를 초과할 수 없다.


중국 전한시대 궁정회의에서 소금과 철의 전매를 지속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유명한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전매 유지파는 폐지하면 국고가 비고 군대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를, 폐지파는 국가가 백성과 이익을 다투는 사업에 손대서는 안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사실 소금의 시장가격이 100원인데 세금을 붙여 국가가 훨씬 높은 가격에 판매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당나라의 높은 소금세는 황소의 난을 야기했으며 당나라 멸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에서는 13세기 말 고려 충렬왕 때 소금 전매가 도입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학자들은 충렬왕이 소금 관리법을 원나라에서 배웠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한국에서 1962년 소금 전매가 사라졌음을 감안할 때 중국의 조치는 한참 늦은 것이다. 한편으로는 중국이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너는 식으로 자본주의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아무튼 270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가 독점사업은 이제 역사 속 이야기로 남게 됐다.


<오관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