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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 유커 20% 줄여라…현지 쇼핑도 하루 한 번만”

바람아님 2016. 10. 26. 00:37
[중앙일보] 입력 2016.10.25 03:00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 가는 중국인 관광객(유커·游客)의 숫자를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이라는 지침을 각 성의 일선 여행사에 내려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24일 주중 대사관 및 각 지역 총영사관·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상하이(上海)·장쑤(江蘇)·저장(浙江)·안휘(安徽)·산시(陝西) 등 현지 정부가 관할 지역 내 여행사 간부들을 소집하거나 전화로 이런 내용을 담은 구두 통지문을 전달했다. 통지 내용 중에는 ▶한국으로 보내는 여행객을 감소시킬 방법과 대책을 이달 말까지 만들어 보고하고 ▶저가 단체 관광 판촉을 중지하며 ▶한국 현지 쇼핑은 하루 1회로 제한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30만 위안(약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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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지역에서 아웃바운드(출경) 여행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지방 정부 당국자가 전화를 걸어와 (중국의 관광행정 총괄기구인) 국가여유(旅遊)총국의 회의 정신에 따른 통보라고 전제한 뒤 몇 가지 사항을 전달했다”고 말해 이 같은 조치가 중앙정부 차원의 결정임을 뒷받침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도 “여유총국이 최근 회의를 열고 결정한 사항을 일선에 통보하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와 주중 한국대사관 등은 이번 조치가 몰고 올 파장을 중시하고 중국 당부의 지시 배경에 대한 파악에 들어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한국 관련 기관과 업계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 결정에 따른 보복 조치일 가능성과 저가 관광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일 가능성의 두 갈래로 분석 중이다. 서영충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장은 “중국 당국이 이번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해 주지 않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유커 감소로 인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통지 내용에는 저가여행 규제가 포함돼 있다. 저가 상품은 전단지나 인터넷·SNS를 통한 일체의 광고 활동을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길 경우엔 30만 위안(약 5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며 행정 감시도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지역에선 가격 기준을 2000위안(약 34만원)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보면 최근 한·중 언론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한 저가 여행의 폐해를 뿌리뽑으려는 것일 수 있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 저가 여행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중국인들의 투서가 중앙 정부에 많이 접수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의 간부도 “중국 정부도 저가 여행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한·중 양측간의 실무협의가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예 유커 숫자를 통제하는 것은 저가 유행 규제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유총국의 지시는 유커 수를 매달 20% 이상 감축하고, 올 1년 전체로 볼 때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정했기 때문이다. 중국 지역 내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는 “올 것이 왔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따른 조치로 본다는 의미다. 유커 감축과 쇼핑 제한은 한국의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2년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은 일본이나 올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놓고 대립중인 대만에 대해 어김없이 ‘유커 감축’이란 카드를 빼 들었다. 하지만 중국은 유커 숫자를 왜 줄이는지에 대한 설명은 물론, 인위적으로 숫자를 통제하고 있다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대만의 경우 올 5월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정권이 출범한 뒤 유커 수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이달 초 국경절 연휴기간에는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여행업 종사자들의 시위가 일어났다.

이유야 어떠하든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유커 598만 명이 쓰고 간 돈은 모두 139억달러(약 15조원)이다. 만약 유커 20%가 감소하면 약3조원의 관광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항공사·유통업체 등으로의 연쇄 타격도 예상된다. 모 항공사의 베이징 지사 간부는 “ 승객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본사와 연락하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울=성화선 기자 y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