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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중국 경제…V자형 반전은 불가능하고 잘해야 L자형

바람아님 2016. 10. 26. 23:50
[중앙일보] 입력 2016.10.26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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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세상에 먹고사는 일만큼 중한 게 없다. 경제가 가장 긴요한 이유다. 한데 세계 경제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한동안 세계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중국도 앞길이 밝지만은 않다. 고속 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이젠 중속 성장이 새로운 정상 상태라는 뜻의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란 말로 스스로를 위로 중이다. 중국 경제는 V자형으로 반전할 것인가, 아니면 L자형 침체의 길로 접어들 것인가.

중국은 올 한 해 6.7% 성장이 예상된다. 2010년 10%대에서 2012년 7%대로 추락하더니 2015년엔 다시 6%대로 떨어지면서 하락세가 뚜렷하다. 앞으론 어떻게 될까? 결론적으로, 초고속 성장세는 완전히 꺾였고 추세적으로 하락할 일만 남았다. 다시 말해 V자형 반전은 불가능하고 잘해야 L자형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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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가.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은 경제의 모든 자원을 동원할 때 달성될 수 있는 성장률로, 실제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의 경우 잠재성장률은 경제 개발을 시작해 35년쯤 되던 1990년대 중반에 7%가 무너진 후 대략 5년마다 1%씩 하락한 경험을 갖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11∼2015년 평균 잠재성장률은 7.6%였고 2016∼2020년에는 6.1%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의 경우로 유추하면 중국은 2021∼2025년 5.1%, 2026∼2030년 4.1%를 기록할 것이고 그 후엔 선진국과 비슷한 3%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신흥 경제로서 누리던 프리미엄은 사라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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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잠재성장률을 이용해 중국의 향후 성장을 전망해 보자. 그러면 2015년 약 10.9조 달러였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 14.6조 달러, 2025년 18.7조 달러에 이어 2030년에는 23조 달러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는 환율 변동을 고려하지 않은 대략적 계산이다.


이번엔 중국의 1인당 GDP를 따져 보자. 2015년은 8280달러다. 여기에 잠재성장률에서 현재의 인구증가율 0.5%를 뺀 연평균 5.6%의 증가율을 적용하면 2020년 1인당 GDP는 1만870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2025년 1만3600달러, 2030년에는 1만6200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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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2015년 세계 순위 43위인 우루과이의 1인당 GDP와 비슷하고 42위인 체코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중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5년 정도다. 그때 가서도 경제 총량 기준으로 미국을 능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또 1인당 GDP 기준으로 중진국 상위 그룹에 속하는 것도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이 중진국 수준의 대국에 머무를 것이란 이야기다.


그렇다면 잠재성장률의 하락 추세를 반전시킬 카드가 있을까. 문제는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건 노동력 공급 증가세가 멈췄다는 것이다. 농촌으로부터 무한정 공급될 것만 같았던 노동력이 고갈되고 말았다. 지금 농촌엔 도시로 나가 살기에 부적합하거나 그럴 의지가 없는 사람들만 남았다.

중국의 각 도시는 호구제를 완화하며 농민공(農民工)들을 붙잡으려 애쓰지만 나이 든 농민공들은 오히려 농촌으로 돌아가고 있다. 즉 농촌의 잉여노동력이 도시로 이동하면서 자동적으로 이뤄지던 경제성장이 일단락을 고했다. 그 결과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여기에 인구증가율이 급감하고 2015년을 기점으로는 노동 가능 인구의 절대 숫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다. 이는 노동 가능한 젊은 인구의 비중이 높아서 경제성장이 이뤄지는 현상인 인구 보너스가 소멸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고도성장 시기는 도시로의 인구 이동이 이뤄지고 인구 보너스를 누리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만약 중국이 더 늦게 개혁개방을 시작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성과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점에서 볼 때 중국은 대단히 운이 좋았다. 마침 세계 시장도 세계화 바람을 타고 하루가 다르게 커 갔고 중국은 이를 잘 활용했다.

한편 자본 투입 확대를 통한 성장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생산능력 과잉과 임금 상승 등으로 자본수익률이 급락하자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제조업 투자는 -0.3%를 기록했다. 민간은 넘치는 현금 보유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투자를 극도로 기피하고 있다. 상반기 민간 부문 투자는 2.8% 증가에 그쳤다.

현재 투자를 주도하는 건 국유기업을 통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다. 이로 인해 국유기업의 부채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 채무 경감을 위해 출자전환, 채무구조 조정, 합병 등 정책을 내놓았다.

이처럼 생산요소 투입에 의한 성장이 더 이상 이뤄지기 어렵다면 앞으론 무엇에 기대 성장해야 하나. 결국 생산성 향상이다. 생산성 향상은 제도(체제) 개선, 기술발전, 산업구조 고도화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사실은 이 모든 요소가 인구구조와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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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젊은 인구가 많을수록 이런 일들이 잘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생산성 향상도 갈수록 어려워 질 것이다. 기술발전과 산업구조 고도화는 효율성 높은 제도(체제)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체제의 효율성이 핵심이 된다.

기술 발전과 산업구조 업그레이드는 결국 효율이 높고 활력과 창의력을 갖춘 민간 부문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주력산업에 있어서의 기술 발전이 중요한데, 주력산업이 거대 국유기업들에 의해 장악돼 있고 민간의 진입이 허용되지 않고 있는 게 바로 중국의 현실이다.

중국의 시장경제 체제 또한 매우 불완전하다. 프로젝트 인허가 등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차치하고라도 40%가 넘는 경제자원과 대부분의 기간산업이 효율은 낮지만 우대받는 국유 부문에 의해 장악돼 있는 현재의 중국 시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많은 민간 기업은 국유기업들과 비즈니스로 엮이면서 하청대금 회수 등 각종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핵심은 국유기업 개혁이다. 시진핑 정부는 PPP(Public-Private Partnership) 즉 민간자본의 참여를 통한 국유기업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가 저조한 상황이다. 민간은 돈을 내면서 소액주주가 되고 국유기업은 이름만 걸면서 대주주가 되는 게 중국의 전형적인 PPP 합작 방식이다. 강제성이 없다면 이런 방식의 협력이 가능하겠는가?

야심 차게 추진되던 시장화 개혁이 어느 순간 멈춘 상태에서 십 수년이 흘렀다. 회고하면 위대한 개혁의 총설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역사적 역할은 경제발전의 물꼬를 터준 것이다. 덩샤오핑은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하고는 좌회전이라고 우겼다.

장쩌민(江澤民)은 덩샤오핑의 개혁을 이어받아 시장화 개혁과 개방의 기본적 틀을 만들었다. 장은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 국퇴민진(國退民進) 즉 국가 부문이 축소되고 민간 부문이 약진하는 국면을 만들어냈다.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엔 개혁과 개방이 멈췄다. 국민의 소비를 늘려 경제를 살리겠다고 외쳤지만 재정, 국유기업, 은행을 통해 국가가 성장의 과실을 독식하면서 국유기업과 은행을 살찌웠다. 국진민퇴(國進民退) 현상이다. 후진타오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좌측으로 유턴해 역주행했다.

시진핑 정부는 전임자가 심혈을 기울이던 소비 진작을 통한 총수요 관리정책의 한계를 깨닫고 정책의 중점을 공급 분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과잉공급 해소, 비용 감소, 부채 리스크 해소 등 소위 공급 측 개혁, 즉 구조조정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을 정책의 주안점으로 삼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급감하는 상황을 정확히 인식한 것 자체는 매우 바람직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정책을 통해 이를 달성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시장 메커니즘을 무시한 정부의 직접 개입을 통한 구조조정은 자원 배분의 왜곡을 심화시킨다. 현재 큰 좀비기업이 작은 우량기업을 먹어 치우는 사례들이 적지 않게 발견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금 중국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중지됐던 개혁에 다시 시동을 걸어 근본적인 시장화 개혁과 국유기업 개혁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경제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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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서울대 무역학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공부를 했다. 1999년부터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국 경제, 국제금융, 국제통상 등을 강의하고 있다. 현대중국학회 회장이며 국회 한·중정치경제포럼 자문위원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