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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1087] '獨島'의 명칭 유래

바람아님 2017. 4. 17. 23:48
조선일보 2017.04.17. 03:07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우리말의 어원과 한자학을 50년 넘게 연구해온 진태하(81) 선생의 '漢字學全書(한자학전서)'를 읽다 보니까 여러 가지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어느 한 분야에 10년을 전념하면 프로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20년을 하면 강호에 나가서 일방적으로 얻어맞지는 않는다. 맞기도 하지만 때리기도 한다. 30년을 하면 대가의 반열에 오른다. 50년 정도 하면 접신(接神)의 경지에 도달하지 않나 싶다. 학문적으로 접신의 경지에 도달한 인물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구구절절 배우는 게 많다.


진 선생의 주장 가운데 '독도(獨島)'의 이름이 어떻게 해서 독도가 되었나를 밝힌 부분이 흥미롭다. 원래는 '독섬'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고대에 이 섬을 지나다니는 뱃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섬에 나무가 없이 바위로만 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돌(石)의 방언이 '독'이다. 우리나라 중남부 지방의 사투리에서는 '돌'을 '독'으로 발음한다. 독도는 경상도와 전라도 뱃사람들이 이 섬을 지나다니다가 붙였던 이름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오랫동안 '독섬'으로 불려오던 이름이 대한제국 시대에 한자 이름으로 바뀌면서 '石島'로 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소리 나는 대로(借音表記) 바꾸었다. '독섬'이 '獨島'가 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독도를 竹島로 표기한다. 대나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竹자를 넣었을까? 대나무의 원산지는 동남아시아인데 점점 북상하여 중국 남방으로 올라왔다. 중국 남방에서는 竹을 'tek'으로 발음한다. 이것이 일본에 들어가서는 종성(終聲)을 분리하여 발음하는 습관에 의하여 '다케'로 발음이 되었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입성(入聲)이 탈락된 뒤에 들어와 '대'로 발음하게 되었다는 것이 진 선생의 주장이다. 우리나라 뱃사람들이 '독셤'이라고 발음하는 것을 일본 사람들이 듣고 전하는 과정에서 '도케시마'로, 이것이 다시 '다케시마'로 정착되었다. 다케시마를 일본식으로 표현하면 '竹島'가 된다. 독도에는 대나무가 전혀 없으므로 竹자가 필요 없다. 우리말의 '독섬'을 일본 사람들이 소리 나는 대로 전하는 과정에서 '다케시마(竹島)'로 되었다는 게 이 책에 나온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