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는 거대하고 불길해
주한미군의 가치를 팔아서
북한 핵무장 위협을 제거
빅딜론, 대안으로 생명력 길 것
트럼프·시진핑 대좌 때 나올 듯
키신저는 불길하다. 그의 외교 드라마는 역설과 충격이다. 그가 짜놓은 국제질서는 큰 나라 위주다. 작은 나라의 운명은 비극과 희생이다. 그것은 대만의 유엔 무대 퇴장, 월남(남베트남) 패망이다. 그것들은 그의 현역 시절(미국 국무장관, 국가안보보좌관) 유산이다.
키신저는 냉정하다. 그의 외교는 국익과 현실주의다. 그런 자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같다. 키신저의 외교는 결단력과 의지의 게임이다. 그것도 트럼프의 협상 기술과 비슷하다.
북한 핵 위기는 거칠게 진행된다. 키신저가 내놓은 해법은 ‘미국과 중국의 빅딜(큰 거래)’이다. 북한 핵 제거에 중국의 힘을 빌리는 방안이다. 젊은 지도자(김정은)의 강제퇴출은 기본이다. 대가는 주한미군의 철수다. 트럼프는 10일 키신저를 만났다. 그는 한 수를 배웠을 것이다.
빅딜론은 파격이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 군사·외교의 한계와 좌절을 반영한다. 지난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지역은 자강도 무평리(옛 평안북도 강계 부근) 산악이다. 그곳은 낭림(狼林)산맥 줄기다. 맹수가 살던 깊은 산골. 북한은 이런 곳에 땅굴을 팠다. 거기에 핵과 미사일을 숨겼다. 북한의 은닉 기술은 특별나다. 미 공군의 폭격 효과는 불확실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적(4일, 모스크바 에너지포럼)이 실감 난다. “북한 핵 시설을 타격할 수 있지만 목표물을 맞힐지는 불확실하다. 북한은 폐쇄된 나라여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100%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참수작전도 어렵다. 그 성공 사례는 미 특수부대 네이버 실의 빈 라덴 사살이다. 하지만 그런 급습은 평양에 적용하기 곤란하다. 김정은 제거는 평양 내부의 반란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자칼의 실행자’는 중국과의 커넥션 속에 있을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플로리다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 발언의 자리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중국과 한국의 역사를 얘기했다. 수천 년(세월)과 많은 전쟁에 대해 말했다. 나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시진핑의 말은 한국을 깔보는 것이다. 김경원 박사(2012년 작고)는 키신저의 수제자다. 김 박사는 외교 원리를 나에게 가르쳐 줬다. “외교정책은 궁극적으로 역사관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것이 외교정책의 주관을 만들어준다.” 시진핑의 역사관과 트럼프의 깨달음- 그 소재들은 미·중 빅딜의 토양으로 축적됐을 가능성이 높다.
키신저의 나이는 94세. 노년의 집착이 빅딜론에 배어 있다. 그 카드는 대안이다. 생명력이 길 것이다. 실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부정적 시각이 많다. 이유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그것은 대중국 포위망의 핵심 자산이다. 그 때문에 빅딜 카드가 채택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다. 하지만 역설도 존재한다.
북한의 핵 테러 위협은 악몽이 되어 간다. 테러는 미국인의 집단 트라우마다. 악몽 탈출은 트럼프 정부의 중점 과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어떤 가치도 매매 대상이다. 값어치가 높을수록 이득은 크다.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도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흥정은 치명적인 유혹이다.
시진핑은 18일 “위대한 부흥의 중국몽(夢)을 위해 분투해야 한다”고 했다(19차 공산당대회). 그것의 대외적인 꿈은 한반도에서 확고한 영향력 구축이다. 키신저는 평화의 틀을 세력균형(equilibrium)으로 파악한다. 빅딜론은 동북아에서 미·중 세력균형의 재구성이다.
트럼프는 11월 초에 동북아를 찾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다짐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중국으로 떠난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대좌에서 빅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미·중 빅딜론은 한·미 동맹의 허점을 파고든다. 북한 핵무장에 대한 공동전선은 정밀해야 한다. 안보의 주인의식은 단련돼야 한다. 자주안보 의식과 한·미 동맹은 빅딜 카드를 퇴출시키는 바탕이다.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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