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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아버지 없이 아버지 되기

바람아님 2018. 11. 18. 21:12

(중앙일보 2014.02.06 김형경 소설가)


김형경 소설가


30대 후반인 그는 성장기 내내 아버지가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모습만 보고 자랐다.

아버지는 술과 피로감에 젖어 있었고 가족은 휴식 중인 아버지를 위해 숨죽였다.

어린 시절 그는 잠든 아버지 곁에 가만히 앉아 있곤 했던 기억이 있다.

성인이 되어 회사에 취직했을 때 아버지처럼 일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몸이 굳었다.

“아버지가 평생 이렇게 일했던 거라고?”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멀리 떠났다.

결혼을 원하는 여자친구를 남겨둔 채 오지 여행가로 살아간다.


 40대 초반인 또 다른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었다.

성장기 내내 내면이 혼돈스러웠고, 권위에 복종하는 문제에 어려움을 느꼈다.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상사와의 의사소통, 부서 간의 의견 조율 면에서 더 큰 어려움과 맞닥뜨렸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책을 찾기보다 사표를 냈고, 몇 군데 직장을 옮긴 후 결국 분식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되었다. 물론 미혼이다.


 아버지가 있든 없든, 현대 남성들은 얼마간 아버지 부재 증후군을 앓는다.

산업사회가 아버지들을 공장으로 데려간 후 아들들은 낮 동안 아버지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채 성장한다.

그 말은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동일시 대상이 없다는 의미다.

누구에게서 어떤 모습을 배워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 삶의 큰 틀을 만들어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아버지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소년은 두 가지 극단적인 성향을 갖게 되기 쉽다.

남성다움에 집착하며 거친 옷차림을 한 채 폭력적인 게임을 즐기거나,

혼자 조용히 머무르면서 침울하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


 특히 70, 80년대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이 최우선 목표였다.

그 시절 일만 했던 아버지들은 남자 아이를 어른들의 세상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남자다움에 대해 가르치고, 삶의 지혜를 습득하도록 해줄 시간이 없었다.

그 아버지들의 아들들이 지금 우리 사회 중추를 담당하는 젊은 세대가 되어 있다.

아버지 부재 문화에서 자란 세대, 아버지 없이 스스로 아버지가 돼야 하는 세대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아버지 되기를 잘 해내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조직문화 부적응, 잦은 이직, 늦어지는 결혼 연령, 자녀 갖기를 꺼리는 풍조 등으로 보아 그렇게 짐작된다.

그들은 스스로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자녀 한 명 키우는 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계산해 본다.

아버지 역할이 얼마나 두려웠으면 그 금액을 계산해냈을까 싶다.




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창비/ 2013/ 327 p.
182.232-ㄱ985ㄴ/ [정독]인사자실/  [강서]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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