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박석 교수의 古典名句>歲寒松柏

바람아님 2018. 12. 25. 09:44
문화일보 2018.12.24. 12:00

歲寒以前一松柏也 歲寒以後一松柏也(세한이전일송백야 세한이후일송백야)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도 하나의 송백나무요, 추워진 뒤에도 하나의 송백나무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발문에 나오는 글이다. ‘세한도’는 투박한 풍격으로 널리 알려진 조선 후기 문인화의 대표작인데 그림을 그리게 된 사연으로도 유명하다. 추사는 만년에 제주도에 유배돼 많은 고생을 했는데 당시 역관(譯官)으로 중국을 자주 드나들던 제자 이상적(李尙迪)이 스승을 잊지 않고 중국에서 구한 귀한 책들을 보내주자 감격해 그에게 ‘세한도’를 그려주면서 그의 한결같은 의리를 칭송했다.


추사는 송백은 사철 시들지 않기 때문에 날씨가 추워지기 전이나 후나 한결같음을 강조하고 다만 공자께서 세한 이후를 들어 말씀하셨을 뿐이라고 쓰고 있다. 추사는 공자가 특별히 세한 이후를 들어 말한 것은 송백의 절개를 칭송하는 의미도 있지만, 공자 또한 세한에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공자가 세한에 특별한 감회가 있어 그런 말을 했다는 풀이는 조금 과도한 해석이라는 느낌도 주지만, 추사의 귀양 생활이 그만큼 힘들었고 그런 처지에서 받은 온정이어서 더욱 감격스러웠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제 동지도 지나 한 해에서 가장 추운 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맹자는 일찍이 선비는 항산(恒産)이 없어도 항심(恒心)을 지닐 수 있지만, 서민은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는 말을 했다. 항산은 경제적 안정을 가리키고 항심은 도덕을 가리킨다. 날씨가 추워지면 추사처럼 높은 뜻을 지닌 선비도 힘들어하는데 하물며 춥고 배고픈 서민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모두에게 팍팍하고 힘든 계절이지만, 나보다 추위를 더 크게 느끼는 이웃을 위해 자그마한 온기라도 베푸는 훈훈한 마음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상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