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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혼돈에 빠진 푸에르토리코, 경찰서 무기고까지 털려

바람아님 2019. 7. 21. 08:05
중앙일보 2019.07.20. 14:47
17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 수도인 산후안에서 열린 리카르도 로세요 주지사 해임 요구 시위에서 미국 래퍼 배드 버니가 국기를 들고 있다. 배드 버니는 산후안 출생이다. [AFP=연합뉴스]
카리브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가 혼란에 빠졌다. 리카르도 로세요 주지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 중이다. 17일(이하 현지시간) 로세요 주지사 관저 인근까지 접근한 시위대와 이를 막기 위해 최루탄을 쏘는 경찰이 격하게 충돌하기도 했다. 18일에는 경찰서에 보관 중이 무기가 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배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무기고 벽에 주지사를 위협하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시위는 19일에도 계속됐다.
시위대가 17일 밤 산후안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 가스로 인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날 남부 과야마시의 경찰서 무기고에 괴한이 침입해 권총 30정과 소총 18정, 탄약 4000발을 훔쳐 달아났다. 엔리에스칼레라 리베라 경찰청장은 로세요 주지사를 위협하는 메시지가 무기고 벽에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AFP=연합뉴스]
17일 산후안에서 열린 시위를 취재하던 게티이미지 사진작가 조 레이들 (Joe Raedle)의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시위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AP=연합뉴스]
17일 산후안에서 열린 시위. 배드 버니, 리키 마틴 등이 차 지붕위에 올라가 있다. [AFP=연합뉴스]
리키 마틴이 17일 산후안에서 열린 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리키 마틴은 로세요 주지사의 대화방에서 동성애 비하와 관련해 조롱 대상이 됐다. 리키 마틴은 2010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오른쪽은 가수 레네 페레즈. [AFP=연합뉴스]
18일 한 남성이 벽에 써 있는 "Corrupt" 란 단어를 흰색 페인트로 덮고 있다. 스페인어로 corrupt는 부패를 의미한다. [AP=연합뉴스]
푸에르토리코 국기가 그려진 드레스를 입은 한 소녀가 18일 산후안 로세요 주지사 관저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는 경찰 앞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시위대와 경찰이 19일 밤 푸에르토 리코의 산후안에서 대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세요 주지사의 사임 요구는 '챗게이트 스캔들'이 터졌기 때문이다. 최근 로세요 주지사가 2018년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주 정부 몇몇 관계자들을 비롯해 지인들과 단체 채팅방에서 주고받은 889페이지 분량의 메시지가 공개됐다. 푸에르토리코 탐사저널리즘 센터가 지난 13일 공개한 채팅 메시지에는 정적에 대한 폄하, 성차별, 동성애 혐오 등과 관련된 저질 발언이 다수 담겼다. 로세요 주지사는 '성매매 여성', '짐승의 딸'을 거론하며 한 남성의 비만을 조롱하기도 했다.
챗게이트 스캔들은 최근 전직 주 정부 고위 공무원 2명이 부패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민심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
로세요 주지사가 16일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로셀요 주지사는 시위대가 자신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한 몇시간 뒤 기자회견을 열었EK. [AP=연합뉴스]
이에 로세요 주지사는 사임 요구를 거부했다. 로이터 등 외신은 로세요 주지사가 자신의 사임을 요구하며 벌어진 시위에도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16일 보도했다. 로세요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을 위해 계속 일하는 것은 내 책임이자 내가 계속해야 할 일"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반면 대화방에서 로세요 주지사와 문제가 된 대화를 나눈 크리스티앙 소브리노 정부 재무책임자, 루이스 리베라 마린 총무장관은 사임했다.
19일 한 시위대의 이마에 숫자 4645가 그려져 있다. 이 숫자는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의 사망자 수를 의미한다. [AP=연합뉴스]
시위대는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로 인한 피해 복구가 더딘 데도 불만을 표출했다. 허리케인이 덮쳐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해 경기 침체로 이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후 많은 국민들이 푸에르토리코를 떠난 것으로 알렸다. 당시 30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 하버드대학 조사기관은 사망자가 4600명 이상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트위터에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은 훌륭하지만, 현지 정부 지도부가 부패하고 연방 정부가 제공한 많은 지원금을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김경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