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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 파고다]6-①박카스 아줌마 400명 활동..주름진 性, 은밀한 거래

바람아님 2014. 2. 11. 23:51
빅시리즈⑥박카스 아줌마의 치명적인 유혹 < 上 >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주상돈 기자]# "할머니들이 뭐라는지 알어? 2만원만 달래. 종묘공원엔 만원만 달라는 사람도 많아. 좀 젊다 싶으면 3만원은 줘야 돼." 경기도 양평에 산다는 박(75) 할아버지는 '시세'를 들려줬다. '경험 있으세요'라고 넌지시 묻자 "나도 내 친구들도 절대 안 해. 그러다가 몹쓸 병이라도 걸리면 무슨 개망신이야"라고 손사래를 쳤다. 박카스 아줌마에 대해 훤히 꿰고 있으면서도 박 할아버지는 극구 결백을 주장했다.

# 종로3가 지하철 1ㆍ3호선 환승역. 가을비를 피해 들어온 노인들로 가득한 역사 안. 꽃무늬 니트에 까만바지를 받쳐 입은 한 여성이 어슬렁대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기대선 한 할아버지에게 접근한다. 할아버지 앞에 멈춰선 여성이 갑자기 지갑에서 1만원짜리를 모조리 꺼내더니 지폐를 세기 시작한다. 무슨 일일까. "돈 냄새를 맡았나 보네. 저렇게 유혹하는 거여. 나 이만큼 잘 나가니 돈을 쓰라는 게지."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할아버지가 상황을 해설해 준다.
 
파고다ㆍ종묘공원 일대에 할아버지들을 유혹하는 '박카스 아줌마' 얘기는 과거형이 아니라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것은 오히려 숫자로 입증되고 있었다.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종묘공원 일대에서 성매매 호객행위를 하다 적발된 건수가 2010년 11건, 2011년 59건이었다가, 2012년 108건, 2013년(1~9월) 97건 등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파고다공원에서도 올 9월까지 56건이 적발돼 지난해 수준(48건)을 이미 넘어서는 등 증가세는 마찬가지였다.(그래프 참조) 경찰 추산에 따르면 종묘공원, 파고다공원, 종로3가 지하철역 지하 등 종로 일대에서 성매매를 하는 '박카스 아줌마' 수는 어림잡아 400여명이다. 대부분 40~70대로 최근엔 중국동포 여성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2~3명씩 짝지어 다니기 때문에 금세 눈에 띄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경찰이 뜨면 호객행위를 멈추고 딴청을 부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좀 더 살펴보기로 했다.

박 할아버지의 설명처럼 박카스 아줌마의 몸값은 연령대에 따라 다른 게 불문율로 통했다. 젊은 축에 속하는 40~50대 아줌마는 3만원, 60~70대 할머니는 2만원의 화대를 받는다. "이제 박카스 아줌마가 아니라 박카스 할머니야 할머니." 박카스 아줌마의 존재를 묻는 말에 파고다공원서 만난 한 할아버지가 이렇게 대꾸할 정도로 박카스 아줌마 무리 중엔 60~70대 할머니도 적지 않다. 또 구역에 따라 '물'이 다르다는 설명도 있었다. 파고다공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종묘공원은 A급, 지하철역 지하는 B급, 종로3가역 2번 출구 일대는 C급으로 나뉜다"고 했다. 화대에 포함되는 여관비는 보통 1만원인데 5번 이상 드나들면 5000원만 내면 방을 빌릴 수 있다고 한다. 박카스 아줌마들은 ○모텔, ○○방 등 종로3가역 인근에 있는 숙박업소와 장기계약을 맺고 좀 더 저렴하게 방을 대여하는데 이곳에서 나름 '단골' 대접을 받는 것이다.

박카스 아줌마가 다가오면 뿌리치지 못하면서도 할아버지 대다수는 이들을 깎아내리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며느리, 아내 몰래 이들과 몸을 섞으면서 '박카스 아줌마'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안 했다'고 잡아뗀다. 종묘공원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불쌍할 거 뭐 있어. 아마 다들 젊었을 때 화류계 생활하다가 갈 곳 없어 이리로 흘러 들어온 거지 뭐"라고 혀를 끌끌 찼다.

박카스 아줌마에게 접촉을 시도했다. 이 일대에선 박카스 아줌마로 짐작되는 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이들의 '인상착의'는 대부분 비슷하다. 주름을 가리기 위해 짙게 화장을 하고 하나같이 밝은 빛깔의 옷차림을 한다. 열이면 아홉은 크로스백을 어깨에 가로질러 메고 다니는데 이것도 이들의 공통된 패션이다. 이들이 배낭도, 토트백도 아닌 크로스백을 애용(?)하는 것은 왜일까. 한 박카스 아줌마는 "박카스를 여러 병 넣었다가 쉽게 꺼내기엔 크로스백만큼 편한 게 없다"고 귀띔했다.

가방 안이 궁금했다. 가방 안에는 콘돔, 비아그라, 젤 등 갖가지 '영업 도구'가 가득했다. 이들의 '영업 방식'은 간단하다. 음료를 파는 척 할아버지에게 접근해 은밀한 유혹을 하는 것이다. 음료 가격은 1000원. 소주를 내밀기도 하는데 소주는 잔 단위로 판다. 한 할아버지에게 접근했다가 '허탕'을 친 박카스 아줌마가 기자 뒤통수에 대고 혼잣말을 한다. "파리 한 마리가 날아 댕겨. 요리 갔다 조리 갔다 잡히지가 않네."

종묘공원에서 만난 한 박카스 아줌마는 "일을 빨리 끝내야 나도 덜 피곤해. 공칠 때도 있지만 하루 3명 받을 때도 있어. 어쩔 땐 유착기도 쓴다니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박카스 아줌마가 건넨 비아그라를 잘못 복용했다가 비명횡사하는 할아버지도 있다. 종로2가 파출소 관계자는 "올해 비아그라를 잘못 먹고 변사한 할아버지가 두 명이나 된다"고 귀띔했다.

2009년부터는 '조선족'으로 힐난 받는 중국동포들이 박카스 아줌마 대열에 합류하면서 기존 아줌마들이 '영업'하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도 들렸다. 실제 혜화경찰서 관계자는 "올 9월까지 성매매 호객 행위를 하다 걸린 사람 중 중국 동포의 비율이 60%에 달한다"고 말했다. 박카스 아줌마는 자신의 구역에 '뉴 페이스'가 뜨면 파출소에 이들을 고자질하기도 한단다. 다른 아줌마가 본인의 구역을 침범하면 머리채를 잡고 치고받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한모(70ㆍ인천) 할머니는 "진희(가명)라고 있는데 여기서 제일 못된 걸로 소문났다. 그 여편네는 자기 구역 넘봤다고 할머니도 두드려 팬다"고 했다.

이들은 영업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유부남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종로3가 피카디리 극장 앞, 박카스 아줌마와 10여분간 밀담을 나누던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곤 헤어진다. 중절모를 쓰고 위아래로 양복을 차려입은 할아버지는 왼쪽 약지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 결혼반지는 박카스 아줌마의 구애에 아무런 장애요소가 아닌 듯 했다. 기자의 취재를 알아차린 할아버지는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인근 옷가게로 쏙 들어가 버렸다.

박카스 아줌마와 일회성 만남을 넘어 로맨스를 꿈꾸는 할아버지도 있다. 지난달 종로2가 파출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 봉천동에 사는 김모(70) 할아버지가 자신의 집에서 헤어드라이어를 슬쩍 했다는 이모(74) 할머니를 찾아달라고 신고한 것이다. 알고 보니 이들은 지난 2달간 동거하던 사이였다. 중국동포인 이 할머니는 지난 8월 종묘공원에서 김 할아버지에게 접근해 인근 여관서 몸을 섞었다. 할머니에게 연모의 정을 느낀 할아버지는 '15만원을 줄 테니 하루 종일 나랑 있어 달라'고 제안했다. 만남은 잦아졌고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자신의 원룸에서 '함께 살자'고 졸랐다. 하지만 할머니가 다시 일을 하겠다고 우기면서 둘 사이는 틀어졌다. 일을 그만두라는 할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할머니는 홀연히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집을 나와 버린 것이다. 가진 것 없는 집에서 본인에게 쓸모 있겠다 싶은 물건만 쏙 빼서 가져간 것이다.
 
취재 중 좀 더 충격적인 얘기도 들렸다. 박카스 아줌마 중에 30대 여성도 몇몇 있는데 그중엔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여성도 있다는 것. 그녀의 남편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데 정신지체 아내의 성매매를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자 < 하 > 편에 계속)

◆박카스와 동아제약에 보내는 사과문

박카스'라는 고유명사가 '박카스 아줌마'라는 보통명사로 오용되고 있습니다. 아무 잘못 없는 동아제약 입장에서는 황당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면을 통해 박카스를 만드는 동아제약에 우선 양해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파고다ㆍ종묘공원 등 종로 일대에서 할아버지를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을 일컬어 '파고다 아줌마'나 '공원 아줌마'도 아닌 하필 '박카스 아줌마'라고 부르다니요. 이들이 취급하는 '품목'엔 박카스뿐 아니라 소주도 있고 다른 이름의 비타민 드링크제와 커피도 있는데 말이죠.

캄보디아에서는 코카콜라보다 더 비싸게 팔릴 정도로 나라 안팎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박카스'에게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에 골이 나기도 할 것 같습니다.

'지천명(知天命)'이 넘어서도 매년 '국토대장정'을 하는 젊은이들을 열렬히 응원하는 박카스 입장에서도 치욕스러울 수도 있겠지요. 1961년부터 온 국민의 피로를 달래주는 '피로회복제'로 명성을 쌓아왔는데 느지막이 성매매 아줌마를 빗대는 은어로 쓰이다니요.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이 여성들이 하고 많은 피로회복제 중에 하필 '박카스'를 팔기로 결정한 것을. 그만큼 박카스가 국민 음료라는 방증이기도 하겠지요.

박카스 아줌마들에게 물었습니다. 왜 하필 박카스를 팝니까. 일단 한 병에 400원에 사서 1000원에 팔면 600원의 이문이 난다는 지극히 '경제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평생을 한 가정의 아들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살아오느라 잔뜩 피로해진 할아버지들에게 '내가 그 피로감, 회복시켜주겠다'는 은밀한 제안을 박카스를 내미는 행위로 대신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네들을 지칭하는 다른 말을 찾지 못한 취재진의 게으름도 있겠지만, 이유야 어찌됐건 '박카스 아줌마'로 통용되는 현실에 불가피하게 이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박카스와 동아제약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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