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사진의 기억] 아버지의 ‘살갗’으로부터

바람아님 2024. 4. 13. 06:25

중앙SUNDAY 2024. 4. 13. 00:06  수정 2024. 4. 13. 01:37

“아버지와 나 사이는 내가 열일곱 살이 된 어느 날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늙고 처진 아버지의 살갗을 보고 울컥하던 순간, 관계의 변화를 직감했다. 그 감정을 이해하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었다.”

그때부터 렌즈를 사이에 두고, 아들의 시선이 아버지를 향했다. 돋보기를 쓰고 책 속에 깊이 묻힌 봄날의 아버지, 거친 수렁을 톱과 쇠스랑으로 일궈 논을 만드는 여름날의 아버지, 그 논에서 쌀을 수확해 가을볕에 말리는 아버지, 낡은 지게로 땔나무를 지어 날라 장작불을 지피는 한겨울의 아버지…. 아버지가 강원도 화천의 산골 집을 벗어나 제주도로 향할 때면, 카메라를 들고 그 뒤를 따랐다. 강정마을에서 깃발을 높이 들고 투쟁하는 아버지, 희생자들의 이름이 끝없이 새겨진 제주 4·3 평화공원의 각명비 앞에서 눈물짓는 아버지를 사진에 담았다.

아들 김일목이 제주 4·3의 피해자인 아버지의 일상을 담담히 기록한 ‘나를 품은 살갗’은, 2020년 사진가들이 주는 사진상인 ‘온빛다큐멘터리’ 신진사진가상을 수상했다. 아버지를 객관적으로 기록함과 동시에 사라진 지난 역사를 비주얼스토리로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평단으로 참여한 다큐멘터리사진가들로부터 높은 평을 받았다.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제주 4·3이라는 큰 역사를 이야기하는 ‘나를 품은 살갗’은, 열일곱 살 소년의 눈에 비친 ‘늙고 처진 아버지의 살갗’이 우리에게 준 예기치 못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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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기억] 아버지의 ‘살갗’으로부터

 

[사진의 기억] 아버지의 ‘살갗’으로부터

“아버지와 나 사이는 내가 열일곱 살이 된 어느 날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늙고 처진 아버지의 살갗을 보고 울컥하던 순간, 관계의 변화를 직감했다. 그 감정을 이해하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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