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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기억] 시원하고 달콤한 원두막 낮잠

바람아님 2024. 6. 29. 01:06

중앙SUNDAY  2024. 6. 29. 00:34

달다. 수박도 달고 참외도 달고 아기의 낮잠도 달다. 사방이 툭 터진 원두막에서 자는 낮잠이 얼마나 시원하고 달콤한지 세상일 나 몰라라 아기는 단잠에 빠졌다. 그 사이 원두막 아래 너른 수박과 참외밭에서는 아기가 낮잠에서 깨기 전에 일을 마치려고 엄마는 땀을 흘리고 있다.

요즘처럼 ‘고창 수박’이 유명해지기 전에도 구릉이 많아서 그랬는지 내 고향 고창에는 유난히 수박밭이 흔했다. 밭 한가운데에는 으레 원두막이 들어섰는데, 에어컨이 없던 그 시절 원두막은 최고의 피서지였다. 한쪽에 놓인 두툼한 이불이 말해주듯 한밤중에는 제법 서늘하기까지 했다. 모기향을 피우고 수박 한 통 쪼개 먹으며 밤늦게까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 무더위도 쫓고 수박 서리하러 오는 밤손님도 쫓으니 일석이조(一石二鳥)였다. 여름 내내 친구들 사이에선 수박 서리 무용담이 화제였다.

그런데 어쩌다 수박밭에 찾아가 수박 서너 통과 참외 한 접씩을 사는 어머니를 따라가면 맘 좋은 주인이 원두막에서 수박을 대접했다. 허술한 사다리 서너 개를 밟고 올라가 원두막에 턱 하니 자리 잡으면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이 온통 내 발아래 있는 것처럼 짜릿했다.

지금은 에어컨 바람 써늘한 고층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그때의 그 신바람 나는 기분을 다시 느낄 수가 없다.


https://v.daum.net/v/20240629003429884
[사진의 기억] 시원하고 달콤한 원두막 낮잠

 

[사진의 기억] 시원하고 달콤한 원두막 낮잠

달다. 수박도 달고 참외도 달고 아기의 낮잠도 달다. 사방이 툭 터진 원두막에서 자는 낮잠이 얼마나 시원하고 달콤한지 세상일 나 몰라라 아기는 단잠에 빠졌다. 그 사이 원두막 아래 너른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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