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4. 11. 7. 04:32
그해 겨울은 춥지도, 얼어붙지도 않았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의 고귀함을 스스로 저버린 지도자를 심판하려는 분노가 들끓었다. 이 땅의 진짜 주인임을 선언하며 민주주의의 새 씨앗도 심었다. 수능을 코앞에 둔 수험생부터, 데이트 나온 청춘들, 유모차를 끌고 아이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들, 박근혜 정부의 버팀목이 돼 왔던 5060 장년층까지.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다시 피어날 대한민국의 봄을 뜨겁게 노래했고, 끝끝내 쟁취했다.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고작 8년 만에 '탄핵'이란 유령이 대한민국을 서성이고 있다. 그 단어가 입에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절망이고, 비극이다. 우리는 또 촛불을 들어야 하나.
폭넓은 민심을 들어보고자, 정치와 거리두기 중인 중도 성향의 정치 '저관여층'에 물었더니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대통령에 기대를 접은 지는 이미 오래. 그렇다고 거리로 나가 또 에너지를 쏟고 싶은 마음은 아직.' "이제 더는 욕할 기운도 없다"는 40대 회사원은 대통령 부부를 향한 심경을 두 음절로 정리했다.
"무.플."
뽑을 때부터 잘할 거란 기대조차 희미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못해서 욕을 하다 지쳐 '악플'조차 달고 싶지도 않은 '무플' 민심. 용산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건 무섭도록 고요한 이들의 침묵 아닐까.
"(아내를) 버리지 못하면? (대통령이) 버려질 수밖에 없지."
'무플' 민심이 전하는 마지막 경고를 흘려보내지 않길 바란다. 한겨울, 거리로 또 뛰쳐나가기엔 국민들은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만으로도 너무 지치고 바쁘다.
https://v.daum.net/v/20241107043227734
용산을 버릴 수도... '무플' 민심의 최후 경고 [36.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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