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회의 ‘역사 속의 성’
필자는 환자와 상담하다가 가끔 부인의 생식기가 뒤쪽에 있어 관계가 어렵다는 호소를 듣곤 한다. 이들에게는 부인의 볼기 아래에 베개나 방석을 받치거나, 후배위를 시도해보라고 권유한다. 여성의 출산이 동물보다 훨씬 어려운 것은 지능의 발달 때문에 태아의 머리가 커진 탓도 있지만, 직립보행을 하면서 골반이 뒤로 젖혀진 것도 또 다른 이유이며, 출산과 성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어떤 의학서에서도 없지만 겐뒨 최펠의 책에 나온다.
“골반이 큰 여자는 생식기가 앞에 있어서 바로 누워 관계하기 편하지만, 출산 때는 통증이 심하고 난산의 염려가 있다. 반대로 배가 큰 여자는 생식기가 비교적 뒤에 있는데 뒤쪽에서 관계를 하거나 여자의 다리를 남자의 어깨에 올려놓는 것이 좋다. 이들은 출산 때 많이 아프지 않으며 대부분 순산한다.”
겐뒨 최펠이 13년 동안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지내며 수많은 성전(性典)들을 읽었다고 하지만, 성의학과 해부학, 진화생물학 지식 없이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이 내용을 처음 읽으면서 놀랐고, 사람이 쓴 글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불가사의한 득도(得道)라고나 할까?
김원회 부산대 의대 산부인과 명예교수, 대한성학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