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2.28 한삼희 논설위원)
소나무 죽이는 재선충, 한동안 주춤하더니 작년 100만그루 죽여… 10년 전 예측대로 진행
숲 4분의 1이 소나무… 日처럼 멸종은 곤란
예방백신·天敵 개발 등 할 수 있는 일 다해야
2004년 11월 '75년 후 소나무가 멸종(滅種)한다'는 칼럼을 썼다. 소나무 재선충(材線蟲)은 1988년 국내 첫 발견 이래 피해 나무가
13→15(1990년)→149(1991년)→299(1992년)…11만4996(2002년)→16만999그루(2003년)로
늘어갔다.
전문가에게 의뢰해 그때까지 증가 추세를 보여주는
'Y(피해목 숫자)=15837-6950t(1989년부터의 햇수)+627.3t²+0.958P(전년도 피해목 숫자)'라는
수식(數式)을 받았다.
그 수식으로 계산해봤더니 2079년 누적 피해목이 16억그루에 달했다.
대략 그때쯤 국내 소나무가 다 없어지고 만다는 예측을 해봤다.
소나무 재선충이 한동안 주춤하더니 또 기승이다.
10년 전 썼던 수식을 갖고 2014년도 피해목을 계산해봤더니 154만그루였다.
재선충 피해는 매개충(蟲)인 솔수염하늘소가 소나무 고사목(枯死木)에서 동면한 후 날개를 달고 나오는
5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를 계산 단위로 잡는다. 작년 5월 이후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목이 113만그루였다.
4월까지 총 피해를 130만그루로 잡는다면 수식의 예측이 얼추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재선충 피해는 전국 74개 시·군으로 번졌고 한 해 100만그루 이상이 죽고 있다. 사람의 암(癌)으로 따지면 중기(中期)쯤 된다. 필사적으로 노력하면 이걸 억제하는 게 가능할까.
재선충은 크기가 1㎜도 안 되는 나무 기생충이다.
솔수염하늘소라는 곤충이 이놈들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퍼뜨린다.
벌레·곤충은 '한꺼번에 왕창 새끼 낳기'가 번식 전략이다.
먹이·서식지가 충분하고 질병·천적(天敵)의 공격이 없으면 거의 무한대로 증식한다.
생물학자들 표현으론 'J형 곡선'을 그린다.
그렇게 주체할 수 없는 속도로 늘어난 후 먹이 부족의 포화 상태에 이르거나 기후·환경 조건이 달라질 때,
또는 강력한 천적이 등장하면 개체군이 붕괴해버리는 사이클을 그린다.
현재로선 솔수염하늘소가 날개를 달고 날아가 버리는 5월 이전에
솔수염하늘소의 알·유충이 자라는 고사목을 소각·파쇄·훈증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런데 산속 재선충 고사목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사람들이 죽은 나무를 땔감·목재로 갖다 쓰면서 이리저리 옮기는 것도 문제다.
나무 예방주사도 있긴 한데 그루당 3000원이나 들고 효과는 2년밖에 안 간다.
구제역의 경우 이전엔 주변 가축을 모두 살(殺)처분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지금은 예방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도저히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재선충도 국립공원, 백두대간, 문화재 구역, 금강송 서식지 같은 곳에 국한해 집중적으로 방어하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이 그렇게 했다.
일본은 70년간 퍼진 후에야 재선충의 실체를 알게 됐다. 그때 이미 말기(末期)였다.
일본은 또 삼나무, 편백나무가 주된 수종(樹種)이다.
우린 숲의 4분의 1이 소나무다. 이걸 포기한다는 건 생각할 수 없다.
우리가 재선충 방제에 거의 성공하지 않았나 여겼던 때가 있었다.
2005년 재선충 특별법 제정 후 대대적인 방제를 몇 해 하고 나서였다.
2006년 137만그루까지 치솟았던 피해목 증가 추세가 2010년까지 26만그루로 꺾였다.
그때 해볼 만했다면 지금도 해볼 여지가 있다.
당시보다 연구도 많이 진행됐다. 올해부터 페로몬 유인제로 솔수염하늘소를 포획하는 방법도 써본다고 한다.
천적 개발도 더 노력해봐야 한다.
정부가 임기 3년 차를 맞아 공무원 연금 개혁, 노동시장 구조 개선 등을 24개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고 한다.
소나무를 재선충에서 구해내는 것도 그 목록에 들어갔어야 했을 만큼 막중한 일이다.
======================= 2004년 11월 '75년 후 소나무가 멸종(滅種)한다'는 칼럼 ============================
[한삼희의 환경칼럼] 75년후 소나무가 멸종한다
10월 말 산림 관련 공무원과 전문가 17명이 중국 안후이(安徽)성의 황산(黃山)을 찾아갔다.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황산은 중국의 명산이다.
시찰단이 그곳에서 보고 놀란 것은 산을 빙 둘러 조성해 놓은 100㎞의 벨트형 ‘무송(無松) 지대’다.
중국 당국은 4㎞ 폭의 이 격리대 안의 소나무를 지난 3년 사이 모두 베어냈다.
황산 근방까지 접근해온 소나무 재선충(材線蟲)을 막기 위해서다.
재선충은 1㎜ 크기의 소나무 기생충이다.
한 쌍이 20일이면 20만마리까지 불어난다.
감염되면 소나무는 1년 내에 100% 말라죽고 만다.
재선충을 나무에서 나무로 옮기는 것은 ‘솔수염하늘소’라는 곤충이다.
솔수염하늘소가 날 수 있는 거리는 기껏해야 100m다.
태풍에 올라타면 3㎞를 날아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래서 중국 당국은 황산 무송지대의 폭을 4㎞로 했다.
국내에서 재선충이 처음 발견된 것은 중국보다 6년이 늦은 1988년이다.
그 후 16년간 재선충은 30개 시·군·구로 번져왔다. 방역 당국이 베어낸 피해목 숫자를 보면 1989년에는 13그루였던 것이
15 (90년)→149(91년)→299(92년)→…7만147(2001년)→11만4996 (2002년)→16만999그루(2003년)로 늘어왔다.
북쪽으로는 경북 구미까지 올라왔고, 얼마 전엔 제주에서도 발견됐다.
이런 전파 속도에 어떤 법칙성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고려대 생명환경과학대의 한두봉 교수에게 부탁했다.
한 교수가 보내온 함수식(函數式)은 다음과 같다.
‘Y(피해목 숫자)=15837-6950t +627.3t²+0.958Yt?₁’.
여기서 ‘t’는 1989년부터 따진 햇수를 말한다.
1989년은 ‘1’이고, 1990년은 ‘2’, 1991년은 ‘3’이라는 식이다.
‘Yt?₁’은 한 해 전의 피해목 숫자다.
이 공식을 지금까지의 실제 피해상황에 대입해 보니 98% 정도 들어맞더라는 한 교수의 설명이다.
이 수식으로 장래의 피해를 예측해 보았다.
2030년에는 한 해의 피해목 숫자가 751만그루, 그해까지의 누적 피해목이 7715만그루로 계산됐다.
2050년의 피해목은 2357만그루(누적 피해 3억7890만그루)였다.
우리나라의 소나무 숲 면적은 161만㏊라고 한다.
‘우리 소나무’를 저술한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전영우 교수의 견해로는 1㏊면 평균수령 40~50년짜리 소나무로 따져
1000그루 정도가 자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엔 16억1000만그루의 소나무가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앞의 수식에서 누적 피해량으로 16억그루에 도달하는 해는 2079년이다.
지금부터 75년 후면 소나무가 멸종한다는 게 수식의 예측인 것이다.
과거 16년의 수치로 수십년 앞을 예측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1905년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재선충이 들어온 일본은 현재 홋카이도를 빼놓고는 사실상 소나무가 멸종 상태다.
황실림이나 공원림 등만 겨우 보호하고 있을 뿐이다. 대만도 1985년에 처음 발견된 후 소나무 숲을 모두 베어내고
차(茶)밭으로 바꾸었다. 중국에선 지금까지 3500만그루를 베어냈다.
소나무는 우리 숲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갤럽 조사에서 한국인의 44%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꼽았다.
2위인 은행나무(4.4%)를 좋아한다는 사람의 10배다.
소나무를 구할 방법을 강구해내야 한다. 일정 면적 이상 번지면 구할래야 구할 수가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