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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돈의 고쟁이 속곳

바람아님 2013. 3. 8. 23:27

 

 

안사돈의 고쟁이 속곳 (1)

 

시골에서 50리 떨어진 먼 동네로 딸을 시집보낸 정씨가 오랜만에 사돈도 만날 겸 딸네 집에 찾아갔다.

 

그러나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바깥사돈과 딸과, 사위와 외손자는 내일

있을 큰댁 잔치준비 때문에 모두 가고, 집에는 안사돈 혼자 남아 있었다.

 

그러나 해도 저물었고 먼 길을 되돌아갈 수도 없어서 할 수없이 안사돈이 차려준 저녁밥을 먹고 사랑방에 혼자 누워 있었다.

 

잠은 오지 않고, 새벽까지 몸을 뒤척이는데, 방바닥에 조그만 물건이

손에 잡혔다. 이것이 뭔가 하고 어둠속에서 만져보니 ‘호루라기’ 같았다.

 

입에 대고 살짝 불어보니 휘리리릭 하고 호루라기 소리가 났다.

그러자 인기척이 나며 방문이 살짝 얼리더니 누군가 들어왔다.

 

아니 이 밤중에 누가 들어오나 하고 자세히 보니 안사돈이었다.

안사돈은 들어오자마자 옷을 훌렁 다 벗더니 옆에 누웠다.

 

그 호루라기는 바깥사돈이 각방을 쓰다가 가끔 마누라 생각이 나면

마누라 부를 때 신호용으로 쓰는 호루라기였다.

 

안사돈이 깊이 잠들었다가 잠결에 호루라기 소리를 듣고

남편이 오라고 신호를 보내는 줄로 알고 들어왔던 것이다.

 

안사돈이 옷을 벗고 옆에 눕자 정씨는 기겁을 하며 놀라 벌떡

일어나 어둠속을 더듬어 옷을 찾아 입고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새벽길을 걸어가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보면서

피식피식 웃는 게 아닌가...

 

정씨가 정신을 차려 자기가 입은 옷을 보니 이런 세상에...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안사돈의 밑 터진 고쟁이를 입고나왔다.

 

어쩐지 밑으로 바람이 술술 들어오더라니...

 

 

안사돈의 고쟁이 속곳 (2)

 

가난한 농부가 딸을 부잣집에 시집보내놓고, 딸이 잘 사는지

너무 보고 싶어 딸네 집을 찾아갔다.

 

입을만한 옷도 없어서 한겨울에 홑바지에 두루마기만 걸치고 사돈집에

갔다. 저녁상에는 진수성찬을 차렸는데 오랜만에 포식을 했다.

 

기름진 음식으로 배탈이 났는지 뱃속에서 우르릉 쾅쾅, 하더니

설사가 나서 그만 참지 못하고 바지에 조금 싸버렸다.

 

몰래 바지를 벗어 둘둘 말아서 방문 밖에 내놓고 알몸으로 잘 수가 없어서 두루마기를 입고 잤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이런 망할 놈의 개 가 냄새를 맡고 바지를  물고

가버렸다. 바지를 이리저리 찾다가 보니 빨래 줄에 바지 같은 것이 있어서

급한 김에 입었다

 

이때 잠이 깬 안사돈이 일어나서 빨래 줄에 널어놓은 고쟁이가

어디 갔다고 중얼거리며 찾고 있었다.

 

아차, 큰일 났구나.. 얼른 집으로 도망가야겠다. 하고 허급지급

나오다가 미끄러져 마당에 벌렁 자빠졌다,

 

안사돈이 놀라 달려와 보니 안사돈의 고쟁이를 입은 바깥사돈의

벌린 가랭이 사이로 거시기가 쑥~ 나와 있는지라...

 

안사돈이 놀라 "내 고쟁이를 어찌 사돈께서 입어셨습니까?"

바깥사돈까지 나와서 고쟁이 사이로 삐져나온 거시기를 보고

 

“허허..이 추운 엄동설한에 그것을 왜 꽁꽁 얼리고 게시오?” 했다.

마당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딸까지 나왔다

 

이런 개망신이 어디 있을까 하고 고개를 못 들고 있는데

딸이 아버지를 붙들고 대성통곡을 하며 하는 말,.

 

“아버지 이제 됐습니다. 아버지 덕분에 저는 잘 살 것입니다.

가난한 집 딸인 제가 부잣집으로 시집을 간다니까,

아버지가 저를 위해서 점쟁이에게 점을 봤더니

아버지가 사돈집에 가서 큰 망신을 당하면

딸이 액땜을 하고 잘 산다고 해서

아버지가 이렇게 일부러 망신을 당하시는군요.

아버지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아버지 덕분에 액땜도 하고 잘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랬더니 사돈 내외가 그 말을 듣고는 모두 감탄을 하며

“이렇게 자식 사랑이 큰 아버지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하면서 눈물까지 글썽였다..

 

이어 깨끗한 옷 한 벌을 내다주면서

“사돈어른, 걱정 마십시오.

우리 며느리 행복하게 살도록 해 주겠습니다.

이런 훌륭한 아버지의 딸인데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 것입니다.

염려 마십시오.”

 

집으로 돌아오면서, 혼자 생각했다.

 

내 딸이 천하에 둘도 없는 효녀로구나.

아버지의 망신스러운 실수를 액땜 이라고 둘러대어

위기를 모면하게 해 주다니 세상에 이런 딸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참으로 효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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