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自然과 動.植物

[그림으로 보는 자연] 거꾸로 '탈탈' 털면… 고소한 깨가 쏟아져 내린대요

바람아님 2015. 3. 26. 13:55

(출처-조선일보 2015.03.26 박윤선 생태 교육 활동가)

꽃샘추위가 다 물러가지 않았다 해도 봄은 봄이야.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은 이미 지난달 초였고, 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도 벌써 지났는걸.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음력 2월 1일(양력 03.20.) 머슴날도 지난주였어.

옛날에는 농사일이나 여러 자질구레한 일을 하며 대가를 받던 남자를 머슴이라고 했는데, 머슴날은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머슴들을 푸짐하게 대접하는 날이야. 이날엔 나이 수대로 송편을 먹었어. 송편을 추석 때만 먹는 줄 알았지? 
'홍길동전'을 쓴 허균이 전국 팔도의 특산물과 음식을 소개한 책 '도문대작'을 보면, 
송편이 이른 봄 그러니까 머슴날 먹는 떡이라고 쓰여 있어. 
옛날 다른 기록들에서도 정월대보름, '강남 갔던 제비가 오는 날'이란 삼짇날에 송편을 먹는다고 했어. 
송편 소에는 밤, 콩, 깨 등이 들어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송편 소는 뭐니뭐니해도 고소하고 달콤한 깨일 거야.

참깨.
/그림=김시영(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곡식')
우리나라에선 음식에 참깨를 많이 넣어 먹어. 잡채나 나물에 솔솔 뿌리고, 빻아서 깨소금으로 만들어 찍어 먹고, 
기름으로 짜서 먹기도 해. 참기름은 고소한 향과 맛이 진해서 한두 방울만 떨어뜨려도 충분해.

기름을 짜 먹는 식물 가운데 가장 오래전부터 가꾼 게 참깨야. 
고대 이집트 사람들도 참기름을 먹었어. 피라미드에서 나온 파피루스에 참기름의 약효가 적혀 있었대. 
또 아라비안나이트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도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이 나오는 걸 보면, 
그때도 참깨를 많이 먹었나 봐.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 시대에 참깨를 가꿔 먹었다는 기록이 있어.

깨는 심는다고 하지 않고 붓는다고 해. 5월에 참깨를 밭에 솔솔 부어. 
여름이 되면 초롱꽃을 닮은 작은 연분홍빛 꽃이 피어. 귀엽게도 털이 보송보송 나 있어. 가을이 되면 잎겨드랑이에서 
자라던 꼬투리가 누렇게 익어. 참깨 맨 밑의 꼬투리가 누렇게 익어 입을 벌리면 거둘 때가 된 거야.

깨를 베어서 단으로 묶어 놓은 것을 '깻단'이라고 해. 깻단을 말렸다가 거꾸로 들고 털면 깨가 쏟아져. 
흔히 재미있는 이야기나 알콩달콩 사이좋은 부부를 보고 '깨가 쏟아진다'란 표현을 하는데, 
아마 털기만 하면 우수수 잘 떨어져서 다른 곡식들보다 추수하기가 쉬우니까 '재밌다', 
'좋다'란 뜻을 담게 됐나 봐.

깨의 이삭을 부르는 말도 재밌어. '깻송이'라고 하거든. 
깻송이는 네 갈래나 두 갈래로 갈라지고 그 속에 깨가 쪼르르 들었어. 참깨는 맛이 좋을 뿐 아니라 몸에도 좋아. 
기운을 내게 하고 피로 물질을 없애 주지. 면역력을 키워 주고 피부에도 좋아. 
귀와 눈을 밝게 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