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5.07 박윤선 생태교육 활동가)
학교 운동장 한편이나 공원에서는 등나무를 흔히 볼수 있어.
주로 긴 의자들이 놓여 있는 자리 위에 있어서 가림막 구실을 톡톡히 하지.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주고, 계절에 따라 탐스러운 꽃과 열매를 보여줘.
등나무는 기둥 같은 버팀대가 있어야 바로 설 수 있고, 몸을 지지하면서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어.
몸을 배배 꼬면서 버팀대를 감고 올라가는 줄기 모양이 눈에 띄어. 다른 덩굴식물들처럼 말이야.
등나무는 오뉴월에 꽃을 피워. 우리가 흔히 보는 건 연한 보랏빛인데, 흰 것도 있어.
등나무는 오뉴월에 꽃을 피워. 우리가 흔히 보는 건 연한 보랏빛인데, 흰 것도 있어.
고운 꽃은 끝 부분부터 차례대로 피는데 전체적으론 스무날도 넘게 피어 있어. 봄날에 제법 오래도록 꽃을 즐길 수 있지.
꽃송이는 포도처럼 아래로 길게 늘어져 있어. 들여다보면, 꽃대 하나에 작은 꽃이 백 개도 넘게 피어 있어.
향긋한 꽃향기도 참 좋아. 꽃이 지고 나면 조그맣고 기다란 꼬투리가 생겨.
▲ /그림=손경희(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나무') | 사진 이미지(클릭하면 큰이미지 가능) 등나무 분재 (부분 확대) |
여름내 꼬투리가 점점 자라 가을이 되면 단단하게 여물어. 겉에 솜털이 빽빽해서 벨벳처럼 보드랍지.
그러다가 '텅, 텅' 소리를 내며 터져서 큼지막한 씨앗이 튀어나와.
씨앗은 어른 엄지손톱만 해. 씨앗이 튀어나온 빈 깍지는 겨우내 달렸기도 해.
등나무 씨앗을 볶아 먹을 수도 있는데, 야생에서 자란 깨끗한 것이라야 먹어도 안전할 거야.
등나무 잎은 아카시아 나무 잎이랑 비슷해. 잎자루의 양쪽으로 작은 잎들이 나란히 줄지어 붙어서 새의 깃털처럼 보이지.
등나무 잎은 아카시아 나무 잎이랑 비슷해. 잎자루의 양쪽으로 작은 잎들이 나란히 줄지어 붙어서 새의 깃털처럼 보이지.
잎사귀 하나의 모양은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한 달걀형이야.
잎이 막 나왔을 땐 앞뒤로 털이 있다가 자라면서 점점 없어져.
사람이 아기 때 솜털이 보송보송하다가 자라면서 사라지는 것과 비슷하지?
등나무는 밝고 따뜻한 곳을 좋아해. 그러니 등나무가 사는 곳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기도 해.
등나무는 밝고 따뜻한 곳을 좋아해. 그러니 등나무가 사는 곳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기도 해.
볕이 잘 들고, 겨울에도 너무 춥지 않고, 메마르거나 거칠지 않은 곳이지.
등나무처럼 칡도 몸을 배배 꼬며 버팀대를 감고 자라.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칡은 왼쪽으로 감고 올라가지.
등나무처럼 칡도 몸을 배배 꼬며 버팀대를 감고 자라.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칡은 왼쪽으로 감고 올라가지.
이런 두 나무가 서로 얽히면 어떨까?
그래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만큼 뒤엉켜 버린 상황을 뜻하는 '갈등(葛藤)'이라는 말이 나왔어.
갈(葛)은 칡, 등(藤)은 등나무를 뜻해.
하지만 생각해 보렴. 이렇게 배배 꼬인 나무에도 봄이 되면 어김없이 탐스러운 꽃들이 주렁주렁 달린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