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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집세 때문에 빚더미".. 10개월 텐트 생활한 캐나다 남성

바람아님 2015. 7. 23. 08:49
경향신문 2015-7-21

값비싼 학비와 방세를 감당할 수 없어 마당에 텐트를 친 청년이 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에서 천체물리학 석사 공부를 하는 10개월 내내 텐트에 ‘거주’한 에반 임스(24)다.

현지 언론 맨체스터이브닝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캐나다 출신 임스의 텐트 생활기를 소개했다. 임스는 2만파운드(약 3605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에 방값까지 냈다간 “빚더미에 빠져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방세라도 아껴보려 온라인커뮤니티 검트리에 텐트 칠 장소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뜻밖에도 인근에 거주하는 찰리 맨틱이 뒷마당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무료 장소 제공에 대한 보답으로 임스는 맨틱에게 수학, 물리학, 프랑스어 등을 가르쳐줬다.
에반 임스와 그의 텐트/ 맨체스터이브닝뉴스 캡쳐

전기도 수도도 없는 텐트에서의 숙박은 무려 10개월 동안이나 이어졌다. 임스는 학교 건물의 샤워실과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노트북 같은 귀중품도 학교 사물함에 넣어 뒀다. 추운 겨울엔 방한복을 겹겹이 껴입으며 버텼다. 텐트 안 그의 소지품은 머리 맡에 두는 램프, 매트, 책, 칫솔 등이 전부였다.

눈에 둘러싸인 임스의 텐트 / 맨체스터이브닝뉴스 캡쳐
비가 많이 오는 등 날씨가 심하게 안 좋을 땐 집주인 맨틱이 소파와 빈 방을 주겠으니 들어와 자라고 하기도 했지만 임스는 텐트를 고집했다. 그는 “방세도 내지 않는 처지에 부담을 주기 싫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임스는 “한밤중에 눈보라로 꺾인 텐트를 다시 세우고 덜덜 떨면서 잤을 때가 텐트 생활의 가장 큰 위기였다”고 회상했다.

방세 부담을 피하고자 선택한 ‘텐트 집’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즐거운 생활”이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새 소리가 들리고 바람에 갈대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비가 오는 날이면 텐트 위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따뜻하고 편안한 작은 보금자리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의 텐트 생활을 이해해주는 여자친구도 만나 무사히 석사 과정을 마쳤다. 임스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내가 해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캐나다로 돌아갔으나 이후 박사과정을 위해 프랑스 파리로 갈 예정이다.

에반 임스와 그의 여자친구/ 맨체스터이브닝뉴스 캡쳐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