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사설] 살얼음판 세계경제 아무래도 심상찮다

바람아님 2015. 9. 22. 00:30
조선일보 2015-9-21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다음 날인 18일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전날보다 1.7% 하락했다. 유럽의 런던·파리·프랑크푸르트증시도 1.3~3.1% 떨어지는 약세를 나타냈다. 국내 증시가 1% 가까이 오르고, 원·달러 환율은 3.1원 내린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주식시장에서 투자가 활기를 띠는 게 정상이다. 세계 증시는 그동안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주가가 하락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데 막상 연준이 금리를 동결했는데도 세계 증시는 이를 악재(惡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유는 미국 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금리를 동결했지만 10월이나 12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세계경제 불안에 대한 우려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도 금리 동결 직후 "최근 해외 경제 전망이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국 문제를 거론했다.


결국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걱정, 올리지 않아도 걱정일 정도로 세계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7로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내는 등 중국발(發)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확산되고 있다. 여기다 최근 브라질의 국가 신용 등급이 투기 등급으로 떨어지며 신흥 시장국 위기가 점차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한국은 최근 S&P 신용 등급이 오르는 등 신흥 시장국은 물론 일본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대외 악재가 불거질 때마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금융시장이 더 크게 요동치는 경우가 많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와 수출입 비중이 큰 만큼 대외 변수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외 불안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법도 별로 없다.


이럴 때일수록 한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가계 부채 문제 해결, 경제·사회 개혁 등 우리 경제의 내부 불안 요인을 다스리는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내부가 건강하지 않을 때 밖에서 찬 바람이 불어닥치면 생각지도 못한 곤경에 빠진다. 두 번 다시 있어선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