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기자의 시각] 금호타이어가 한국 떠나는 날

바람아님 2015. 9. 24. 01:52

조선일보 : 2015.09.22 

신은진 산업1부 기자
신은진 산업1부 기자

"CEO가 1년에 2~3개월씩 노동조합과 임금교섭에 매달리고 있으니 어떻게 경영에 매진할 수 있겠어요?"(세르지오 호샤 한국GM사장)

"솔직히 말해 지금 미국 기업들이 중국이 아닌 한국에 투자할 이유는 없습니다."(에이미 잭슨 주한미상공회의소 대표)

지난 17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행사장에서 쏟아진 주한외국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의 '속마음'이다. 호샤 사장은 "GM 인도 공장에서 차를 생산하는 데 드는 인건비 등 조립 비용은 한국 공장의 절반 수준"이라며 "요즘 같은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한국 근로자들이 다른 국가 근로자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봉 6000만~9000만원 고임금 직장에서 올해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이런 지적이 딱 맞다. 35일째 파업을 벌이다 차기 집행부 선출을 위해 이달 20일 파업을 잠시 유보한 금호타이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직원 1인당 급여가 6200만원인 이 회사는 최근 3년간 매출은 18% 줄었는데 급여는 17% 늘었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이 작년 상반기보다 12% 줄고 영업이익은 반 토막 났다. 그런데도 노조는 "임금과 업무수당을 무조건 더 늘리라"며 파업을 벌여 지금까지 13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냈다. 연봉 9000만원이 넘는 현대·기아차도 나란히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결의를 했다.

기업들의 매출 정체와 영업이익 감소는 5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런데도 강성(强性) 노조 등의 고집으로 각종 부담이 늘면서 생산성은 제자리걸음인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주력 기업들의 해외 이탈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의 대표 제조기업인 GE는 연방의회의 제동으로 올 7월부터 수출입은행의 금융 지원이 전면 중단되자 500여 개의 일자리를 해외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가스터빈 생산 공장을 프랑스로 옮겨 미국 공장에서 일하던 400명을 해고하고 프랑스에서 같은 수를 채용하는 것이다. 존 라이스 GE 부회장은 "당초 하반기 미국에서 채용 예정이던 100명의 직원은 헝가리·중국 등에서 고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보잉도 같은 이유로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위성 제작 공장 폐쇄 방침을 굳혔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주요 제조기업들이 생산 비용이 싸고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옮기는 현상은 점점 잦아질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도 국내에 3곳, 중국·베트남 등 해외에 5개의 공장을 두고 있다.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공장이 살아남으려면 더 높은 생산성과 좋은 품질을 갖춰야 한다. 이와 정반대로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인다면 버텨낼 기업은 없다.

기업은 지역 사회의 경제적 기반이자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광주상공회의소는 금호타이어의 최장기 파업과 관련해 20일 호소문을 내고 "강성 노조 이미지가 대외로 확산돼 앞으로 기업 유치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금호타이어가 문을 닫고 한국을 떠나는 날이 언젠가 금방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노조만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