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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미국의 이기적인 금리 인상 예고

바람아님 2015. 9. 26. 10:00

 경향신문 2015-9-25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그제 매사추세츠대 강연에서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자 신흥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최근 3개월간 브라질 헤알화의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는 35% 폭락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도 10% 넘게 떨어졌다. 향후 급격한 자금 유출에 따라 이들 신흥국이 “1997년보다 더 심각한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옐런 의장은 “세계 경기가 미국의 금리 인상 계획을 바꿀 정도로 중요하지는 않다”며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에 큰 후유증을 안긴 전력이 있다. 1994년 2월부터 1년 새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린 몇 년 뒤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 신흥국은 외환위기를 겪었다. 2000년대 중반에도 2년간 금리를 4.25%포인트 인상하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미국이 나 홀로 호황을 누리며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최근 상황은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정보기술(IT) 호황에 힘입어 미국만 회복세가 뚜렷했던 1990년대 중반과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세계 및 한국 경제에서 중국과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고, 원화 가치는 3개월 만에 8% 가까이 떨어졌다. 외환보유액이 넉넉하고 단기외채가 적다고 안심만 할 수는 없다. 초읽기에 들어간 미국의 금리 인상 단행 이후 중국의 침체 가속화와 신흥국 자금 유출로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