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노트북을 열며] 내가 대통령에게 바라는 세 가지

바람아님 2015. 10. 29. 10:04
중앙일보 2015-10-28

하나, 일자리가 많이 생겨 청년실업이 줄고 65세까진 맘 놓고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둘, 우리 아이들의 창의·자립·도덕을 키울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셋, 이산된 가족의 주름진 얼굴에 더 이상 눈물이 고이지 않도록 어서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

 ‘박근혜’란 이름의 요정이 요술램프에서 ‘슝’하고 나와 “당신의 소원을 들어드리겠다”고 한다면 이렇게 세 가지를 청하고 싶다. 하나하나가 요정이 아니면 당장 들어주기 힘든 일이어서 이런 상상을 해봤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은 2년뿐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초석을 깔고, 후임 대통령과 그 후임 대통령이 하나씩 쌓아 올려 간다면 안 될 일도 아니다.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이런 일을 해내는 대통령이 되길 진정 바랐다.


김준현</br>경제부문 기자
김준현/경제부문 기자

 그러나 이제 기대난망이다. 대한민국이 ‘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란 거대한 늪에 빠진 까닭이다. 야당은 기어이 거리로 나섰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국정화’란 단어는 피아를 구분하는 주홍글씨가 됐다. 이 와중에 ‘경제를 살리자’는 구호는 공허하다. 정치가 아무리 개판을 쳐도 경제는 제 갈 길을 갔지만 이젠 그것도 추억이다. 이런 분열 속에서 세 가지 소원은 그저 꿈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건 현재의 교과서가 패배주의적 관점에서 현대사를 기술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다. 역사 교육의 목적이 건전한 민족의식과 애국심, 공동체의식을 체득하는 데 있다면 패배주의적 역사관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국정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정화가 패배주의적 역사관을 시정하고, 일부 교사들의 편향된 수업을 방지할 유일한 방안은 아니다. 이런 분열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켜내야 할 금과옥조는 더더욱 아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듯 박 대통령이 말하는 ‘역사 정상화’가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그릇된 서술을 바로잡으려는 딸의 효심 때문이진 않을 것이다. 딸이기 이전에 국민 통합의 상징이어야 할 이 나라의 대통령이란 사실을 그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혹 바로잡아야 한다고 굳게 결심할 만큼 억울한 점이 있어도 박 대통령은 삼켜야 한다.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얻은 표로 많은 국민의 박정희 사랑은 증명된 것 아닌가.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박정희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강화될 것이다.


 한국은 위기다. 대통령이 정면돌파할 문제가 지천으로 널렸다. 특히 경제는 심각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왜 대통령이 국정화에 매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은 선포하라. 내가 한걸음 물러설 테니 야당은 더 이상 경제 살리기에 뒷다리 잡지 말라고. 33개월 동안 발목 잡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들도 이젠 모두 해결하라고.

 내년 4월에 총선, 그 이듬해 12월엔 대선이다. 잘못 봉합되면 상처가 최소 2년은 간다는 얘기다. 그래도 나라는 굴러가리라. 그러나 우리가 꿈꿔 왔던 그 대한민국은 아닐 것이다.


김준현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