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란 이름의 요정이 요술램프에서 ‘슝’하고 나와 “당신의 소원을 들어드리겠다”고 한다면 이렇게 세 가지를 청하고 싶다. 하나하나가 요정이 아니면 당장 들어주기 힘든 일이어서 이런 상상을 해봤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은 2년뿐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초석을 깔고, 후임 대통령과 그 후임 대통령이 하나씩 쌓아 올려 간다면 안 될 일도 아니다.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이런 일을 해내는 대통령이 되길 진정 바랐다.
그러나 이제 기대난망이다. 대한민국이 ‘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란 거대한 늪에 빠진 까닭이다. 야당은 기어이 거리로 나섰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국정화’란 단어는 피아를 구분하는 주홍글씨가 됐다. 이 와중에 ‘경제를 살리자’는 구호는 공허하다. 정치가 아무리 개판을 쳐도 경제는 제 갈 길을 갔지만 이젠 그것도 추억이다. 이런 분열 속에서 세 가지 소원은 그저 꿈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건 현재의 교과서가 패배주의적 관점에서 현대사를 기술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다. 역사 교육의 목적이 건전한 민족의식과 애국심, 공동체의식을 체득하는 데 있다면 패배주의적 역사관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국정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정화가 패배주의적 역사관을 시정하고, 일부 교사들의 편향된 수업을 방지할 유일한 방안은 아니다. 이런 분열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켜내야 할 금과옥조는 더더욱 아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듯 박 대통령이 말하는 ‘역사 정상화’가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그릇된 서술을 바로잡으려는 딸의 효심 때문이진 않을 것이다. 딸이기 이전에 국민 통합의 상징이어야 할 이 나라의 대통령이란 사실을 그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혹 바로잡아야 한다고 굳게 결심할 만큼 억울한 점이 있어도 박 대통령은 삼켜야 한다.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얻은 표로 많은 국민의 박정희 사랑은 증명된 것 아닌가.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박정희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강화될 것이다.
한국은 위기다. 대통령이 정면돌파할 문제가 지천으로 널렸다. 특히 경제는 심각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왜 대통령이 국정화에 매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은 선포하라. 내가 한걸음 물러설 테니 야당은 더 이상 경제 살리기에 뒷다리 잡지 말라고. 33개월 동안 발목 잡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들도 이젠 모두 해결하라고.
내년 4월에 총선, 그 이듬해 12월엔 대선이다. 잘못 봉합되면 상처가 최소 2년은 간다는 얘기다. 그래도 나라는 굴러가리라. 그러나 우리가 꿈꿔 왔던 그 대한민국은 아닐 것이다.
김준현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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