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5-11-10
▷‘박근혜 시계’도 한정판이라면 한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통령 시계는 판매용으로 제작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계를 손에 넣은 사람들이 인터넷 중고경매 사이트에 내다 팔기도 해 가격이 형성된다. ‘박근혜 시계’는 구하기가 어려워 매물이 나오면 박 대통령이 현직인데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팔린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 석 자가 들어가는 물건이 함부로 나돌아 다니는 것을 싫어해 시계 증정을 제한한다고 한다. 전임 대통령들이 지지자들에게 대통령 시계를 마구 뿌려댄 것과 대조적이다.
▷한정판 마케팅은 브랜드에 대한 아우라(신비한 분위기)와 그에 상응하는 충성도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한정판 마케팅도 지나치면 부작용을 낳는다. 박 대통령은 저녁에 사람 만나는 것도 한정판이고, 장관 대면보고도 한정판이다. 유 의원 부친상의 경우 상주 측이 ‘조화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안 보냈다고 청와대는 해명한다. 하지만 참모들 중 누구도 조화를 보내는 게 좋겠다고 아우라가 강한 박 대통령에게 감히 말할 용기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송평인 논설위원
'時事論壇 > 橫設竪設'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섶에서] 갈대와 저어새/이경형 주필 (0) | 2015.11.13 |
---|---|
[기자의 시각] 나라 밖의 별별 장관들 (0) | 2015.11.11 |
[사설] 아베 총리, 미국 등에 업고 정상회담 끝내니 겁나는 게 없나 (0) | 2015.11.08 |
[글로벌 아이] 정상회담 실패 없다 (0) | 2015.11.07 |
[분수대] 나는 아줌마가 되지 않겠다 (0) | 2015.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