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플러스] 입력 2015.11.11
hyung님네 萬話가게 <12> 호림박물관 ‘명품 100선’전에서 눈길 끈 작품들
선조들의 파격적인 디자인 감각에 반하다
‘파격(破格)’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말 그대로 격식을 깨뜨렸다는 뜻입니다. 학창시절 국어교과서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 속에 이 말이 나왔던 것을 기억합니다.
“…덕수궁 박물관에 청자 연적이 하나 있었다. 내가 본 그 연적은 연꽃 모양을 한 것으로 똑같이 생긴 꽃잎들이 정연히 달려 있었는데, 다만 그 중에 꽃잎 하나만이 약간 옆으로 꼬부라졌었다. 이 균형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파격이 수필인가 한다. 한 조각 연꽃 잎을 꼬부라지게 하기에는 마음의 여유를 필요로 한다.…”
파격이 되려면 우선 격, 즉 어떤 틀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 마음대로 한다고 해서 파격이 아닌 것이죠. 틀을 모조리 깨뜨리는 것 역시 파격이 아닙니다. 그래서 격식의 균형을 눈에 거슬리지 않게 깨는 것이라는 피 선생님의 정의는, 음미할수록 멋진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호림박물관이 11월 10일부터 내년 2월 27일까지 여는 ‘호림 명품 100선’ 기자 간담회에서 그걸 다시 느꼈습니다. 호림박물관이 토기, 불교미술, 도자기를 중심으로 국보 및 보물급 명품 10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훌륭하고 멋진 작품들이 많았지만, 제 눈길을 끈 작품 중심으로 골라보았습니다. 소위 ‘파격’의 아름다움이 있는 작품들입니다. 이장훈 학예사의 도움을 얻어 설명드리면 이렇습니다.
선조들의 파격적인 디자인 감각에 반하다
‘파격(破格)’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말 그대로 격식을 깨뜨렸다는 뜻입니다. 학창시절 국어교과서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 속에 이 말이 나왔던 것을 기억합니다.
“…덕수궁 박물관에 청자 연적이 하나 있었다. 내가 본 그 연적은 연꽃 모양을 한 것으로 똑같이 생긴 꽃잎들이 정연히 달려 있었는데, 다만 그 중에 꽃잎 하나만이 약간 옆으로 꼬부라졌었다. 이 균형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파격이 수필인가 한다. 한 조각 연꽃 잎을 꼬부라지게 하기에는 마음의 여유를 필요로 한다.…”
파격이 되려면 우선 격, 즉 어떤 틀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 마음대로 한다고 해서 파격이 아닌 것이죠. 틀을 모조리 깨뜨리는 것 역시 파격이 아닙니다. 그래서 격식의 균형을 눈에 거슬리지 않게 깨는 것이라는 피 선생님의 정의는, 음미할수록 멋진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호림박물관이 11월 10일부터 내년 2월 27일까지 여는 ‘호림 명품 100선’ 기자 간담회에서 그걸 다시 느꼈습니다. 호림박물관이 토기, 불교미술, 도자기를 중심으로 국보 및 보물급 명품 10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훌륭하고 멋진 작품들이 많았지만, 제 눈길을 끈 작품 중심으로 골라보았습니다. 소위 ‘파격’의 아름다움이 있는 작품들입니다. 이장훈 학예사의 도움을 얻어 설명드리면 이렇습니다.
고려 '백자' 라고요? <사진1>고려 12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화병들입니다. 몸통이 참외모양이고 목 주변은 여덟 개의 잎이 활짝 핀 참외꽃 같이 생겼네요. 왼쪽에 있는 것은 최전성기 청자인데, 눈길을 끌었던 것은 오른 쪽에 있는 화병입니다. 같은 시기 작품으로 ‘백자음각연화문과형병’이라고 합니다. 네, 바로 고려 백자입니다. 고려시대에도 백자가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준 고마운 작품입니다. 이장훈 학예사는 “고려 백자는 청자의 기형을 따른 것이 많은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합니다. 두 화병을 실제로 비교해보면 색감에서 묘한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분청사기상감모란류문병’(조선 15세기, 보물 제 1541호)입니다. 흰색으로 처리한 굵직한 문양이 눈길을 확 끌어당겼습니다. 모란과 버드나무 무늬를 검은 윤곽선으로 역동적으로 표현해 돌리고 그 속을 상감으로 하얗게 처리하는 대담함이 돋보였습니다. 추상화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이 문양이 현대적 디자인 감각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호림박물관에서 처음 공개하는 이 작품은 ‘분청사기상감연판문개’(조선 15세기)라고 합니다.상감기법으로 연화잎이 도식적인 형태로 장식되어 있네요. 어떤 용도인지 확실하게는 알 수 없으나 태항아리를 보관할 때 사용하는 뚜껑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자상감당초문주자’(조선 15세기)의 손잡이를 좀 보세요. 손가락을 걸어 들도록 한 다른 주전자와 얼마나 다른지. 전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가장 ‘파격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필세는 붓을 빨 때 사용하는 그릇을 말합니다. ‘백자청채진사채산형필세’(조선 19세기)는 거칠어 보이는 산세로 겉을 만들고 청화 안료와 진사 안료로 표면 전체를 색칠해 화려한 미감을 자랑합니다. 자세히 보면 집도 보입니다.“청산에 흘러가는 벽계수에 내가 쓴 붓을 빨겠다”는 선비의 기개가 느껴졌습니다.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옆 반지하에 있는 기획전시실에서는 ‘해주요와 회령요이 재발견’이라는 전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근대에 만들어진 커다란 항아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네요. ‘백자청화철화어문양파수부대호’는 해주백자입니다. 해주백자는 회백색에 가까운 태토에 청화·철화·녹색 안료를 사용하여 자유분방한 붓질로 그린 것이 특징입니다. 겉에 그려진 생선이 얼마나 싱싱해보이던지 저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습니다. 다산을 상징하는 물고기 문양에서 늘 좋은 일만 생기길 기원한 선조들의 마음을 느껴봅니다.
정형모 중앙SUNDAY 문화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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