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카사노바의 일화에도 빠지지 않는 게 굴이다. 그는 식탁과 욕조를 오가며 하루에 굴을 50개 이상 즐겼다고 한다.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그보다 세 배나 되는 굴을 먹어치웠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굴을 꼭 챙겨먹었고,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더블린 사람들》에도 주인공이 여자를 만나러 갈 때 굴을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고대 로마의 황제들도 굴을 좋아했다니 굴과 정력의 상관관계는 오래전부터 잘 알려졌던 모양이다. 기원전 1세기부터 굴을 양식했다는 기록이 있다. R자가 들어가지 않는 달(5~8월)에는 굴을 먹지 않는 풍습도 오래됐다. 그도 그럴 것이 봄에서 여름까지는 산란기여서 독성이 많고, 가을에서 겨울까지가 가장 맛있다.
굴은 영양가가 풍부해 서양에서는 ‘바다의 우유’로 불리고, 동양에선 바위에 붙은 꽃이라는 뜻의 석화(石花)라고 불렸다. 보통음식에 적게 들어 있는 무기염류성분인 아연과 셀레늄, 철분, 칼슘, 비타민 A·D가 많으니 그렇게 불릴 만하다. 풍부한 미네랄 성분이 성적 에너지를 자극하기 때문에 ‘사랑의 묘약’으로 불린 까닭도 여기에 있다.
싱싱한 굴을 고르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살이 통통하고 광택이 나며 유백색 가장자리에 검은 테가 또렷하게 난 것이 좋다고 한다. 살이 퍼지고 희끄무레해 보이면 오래된 것이다. 천연 굴은 잘고 양식 굴은 좀 더 크다. 생굴뿐만 아니라 달걀을 씌워서 지지는 굴전, 굴국이나 찌개, 굴밥, 굴죽도 별미다. 붉은색 어리굴젓과 소금에 절인 석화젓 또한 밥도둑이다.
찬바람이 부는 요즘 제철 음식으로 굴만한 게 따로 없다. 남자들에게만 좋은 것도 아니다. ‘배 타는 어부 딸 얼굴은 까맣고, 굴 따는 어부 딸 얼굴은 하얗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성의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한다. 골다공증 예방 효과까지 있다니 남녀노소 모두에게 이롭다. 주말 식탁에 굴껍질이 가득한 모습만 상상해도 침이 고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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