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이 일본 곳곳에서 뚜렷하게 감지된다. 최근 방영한 '시타마치(下町) 로켓' 신드롬도 그중 하나다. 일요 심야 TV 드라마인데도 시청률이 20%가 넘었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규모는 보잘것없는 변두리 소기업 사장과 엔지니어들이 자국산 신형 로켓의 핵심 부품을 만들면서 온갖 음모와 역경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불가능한 꿈은 없다.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스토리에 대중은 열광했다. '시타마치'는 변두리·저잣거리라는 뜻으로, 꿈과 정의를 품은 소시민·약자를 상징하기도 한다.
창업 123년의 건설업체 오바야시구미(大林組)의 깜짝 실적 발표도 화제다. 세계 건설 경기 불황기에도 이 업체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50% 증가한 750억엔(약 7200억원). 역대 최고다. 이 업체는 '허황한 꿈'을 꾸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그 꿈이란 우주 엘리베이터 시공 프로젝트다. 2050년까지 지구에서 9만6000㎞ 높이까지 케이블로 연결해 엘리베이터를 오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팀장의 주요 업무는 초등학교를 찾아 아이들에게 우주 엘리베이터를 설명하고 우주를 향한 꿈을 심어주는 것이라 한다. 아이들이 앞으로 35년간 진행될 이 꿈의 주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일본 최초의 제트 여객기 MRJ가 시험 비행에 성공하자 일본 미디어에선 '시타마치 로켓'에 나오는 중소기업에서 피어나는 항공·우주에 대한 꿈, MRJ가 다음 세대에게 선사해 줄 미래를 얘기하는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아직은 작은 90인승 여객기에 불과하지만, 이를 시작으로 더 큰 꿈을 실현해 나가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일본은 지난달 말 상업용 위성을 실은 로켓 발사에도 처음 성공했다. 우주를 향한 꿈이 '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달 초 일본의 금성 탐사선 '아카쓰키(새벽)'는 금성 주변을 도는 궤도 진입에 재도전해 성공했다. 2010년 1차 도전 실패 이후 5년 만이다.
한국은 일본을 20년 뒤따라간다는 얘기가 있다. 20년 전 일본이 그랬듯 좌절하는 한국 젊은이가 늘고 있다. 시타마치 로켓, MRJ, 오바야시구미 사례에는 일본이 범국가적 활력을 얻기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어낸 노하우가 담겨 있다. 일본도 한국처럼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밀어붙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게 통할 수 없는 사회가 돼 버렸다. 이제 일본 기성세대는 젊은이가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자기들이 할 일임을 깨닫고 있다.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먼저 자문(自問)할 게 있다.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자 고심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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