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6.02.09 17:19
한·미·일 vs 북·중·러.
북한의 이번 광명성호 발사는 한반도에 ‘신냉전’의 그림자를 드리운 결정판이 됐다. 66년 전의 악몽인 6.25전쟁이야 재현되지 않겠지만 ‘신냉전’의 유령이 한반도를 떠돌고 있다. 북한의 호전세력들이 준비했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한·미·일의 호전세력들에게 확실한 ‘빌미’를 제공했다.
냉정한 현실 앞에 평화는 낭만이 돼 버렸다. 2월 말에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가 시작되면 한반도에 조성될 긴장은 최고조에 도달할 것이다. 아울러 독수리 훈련까지 포함하면 4월 말까지 한반도는 ‘신냉전’의 유령이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다.
북한은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을 한 뒤 곧 이은 키리졸브 기간 중에 ‘제2의 조선전쟁’을 언급하는 등 한반도를 전쟁의 공포속으로 몰아넣었다. 중국이 수차례 경고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북한의 최근 기세라면 이번 훈련 기간에도 과격한 용어들이 오고 갈 가능성이 높다.
남북이 이처럼 으르렁대는 사이 미국은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DD)를 밀어 넣을 기세다. 그 동안 말을 자제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미군 시설이나 미국인에게 도달할 어떤 가능성도 막기 위해 미사일 방어능력을 더 높이는 문제를 한국과 처음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국방부도 “한국과의 조속한 협의를 거쳐 사드 배치가 최대한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터 쿡 국방부 대변인은 “사드는 방어시스템일 뿐 중국의 우려를 자아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은 결사반대다. 화춘인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국가가 지역 미사일 방어를 배치하면 한반도 정세를 한층 자극해 지역 평화안정 유지에 불리한 것은 물론 각국이 현 정세에 적절히 대응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관 국가에 (사드)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기를 정중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60여년 전 미·소가 한반도를 놓고 한바탕 겨루더니 지금은 미·중이 한반도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이때를 이용해 전력(戰力) 보유를 금지한 헌번 9조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자민당이 2012년 내놓은 헌법 개정 초안은 일본이 육해공군이나 여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주전권(주권국이 전쟁할 수 있는 권리)을 부인한다고 규정한 헌법 9조 2항을 수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 5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당연히 나도 총재로서 자민당과 같은 생각”이라고 답한 것은 사실상의 군대 보유 구상을 국회에서 언급한 것이다.
해방된 직후 한반도가 남북끼리, 남남끼리 이념대결로 치고받고 싸우는 사이 주변 강대국들은 한반도의 긴장을 활용해 세력다툼을 벌였듯이 2016년이 딱 그렇다.
북한 주민들은 광명성호 발사를 자축한 대규모 불꽃놀이와 군중대회 등을 개최하면서 경축분위기를 이어갔다. 통제된 사회에서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는 북한 주민들이 이런 세상의 움직임을 모르고 춤을 추지만 유엔의 추가 대북 제재안이 통과되면 고통은 고스란히 그들의 몫이 된다.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이 어떻게 나올 지 걱정된다. 중국은 내심 한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내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중국은 지난해 들어 10월까지 4589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과의 교역에서 587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냈다. 같은 기간 대 일본 무역 적자(59억 달러)의 10배 수준이다.
따라서 일부 중국 사람들은 “한국이 중국에서 돈을 벌어 그 돈으로 미국 무기를 산다”고 불만이다. 한국은 2014년 78억 달러의 무기 구매계약을 체결해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이 됐으며 그 가운데 90%인 70억 달러 가량은 미국에서 수입했다. 중국 사람들은 이 점을 고깝게 보고 있다. 사드는 주한미군이 배치하지만 한국 정부가 그 비용의 일정 부분을 부담할 텐데 그 돈이 중국에서 벌어 간 돈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중국이 여차하면 교역량을 조절하는 상황이 올 수 도 있다.
한국은 중국과 무역을 통해 먹고사는 나라다. 가뜩이나 제품 경쟁력 면에서 중국에 밀리거나 거의 비슷해져 고전하는 마당에 외교안보 문제로 보복 조치까지 취해지면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한국 경제가 중환자실로 실려 갈 수 있다.
강대국의 거대한 파도에 한반도가 불쌍해지고 있다. 아직은 한국도 북한도 서로의 ‘큰 형님’을 믿고 티격태격 하지만 거대한 파도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어떤 고통을 감내 할 지 모른다. 살인의 고수들은 상대방을 공격할 때 미리 말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경계를 하기 때문이다. 하수들이 괜히 폼만 잡고 떠든다. 고수들은 상대방이 당하는 지 도 모르게 공격한다. 상대방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의 운명이 이렇게 되지 않도록....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한·미·일 vs 북·중·러.
북한의 이번 광명성호 발사는 한반도에 ‘신냉전’의 그림자를 드리운 결정판이 됐다. 66년 전의 악몽인 6.25전쟁이야 재현되지 않겠지만 ‘신냉전’의 유령이 한반도를 떠돌고 있다. 북한의 호전세력들이 준비했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한·미·일의 호전세력들에게 확실한 ‘빌미’를 제공했다.
냉정한 현실 앞에 평화는 낭만이 돼 버렸다. 2월 말에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가 시작되면 한반도에 조성될 긴장은 최고조에 도달할 것이다. 아울러 독수리 훈련까지 포함하면 4월 말까지 한반도는 ‘신냉전’의 유령이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다.
북한은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을 한 뒤 곧 이은 키리졸브 기간 중에 ‘제2의 조선전쟁’을 언급하는 등 한반도를 전쟁의 공포속으로 몰아넣었다. 중국이 수차례 경고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북한의 최근 기세라면 이번 훈련 기간에도 과격한 용어들이 오고 갈 가능성이 높다.
남북이 이처럼 으르렁대는 사이 미국은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DD)를 밀어 넣을 기세다. 그 동안 말을 자제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미군 시설이나 미국인에게 도달할 어떤 가능성도 막기 위해 미사일 방어능력을 더 높이는 문제를 한국과 처음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국방부도 “한국과의 조속한 협의를 거쳐 사드 배치가 최대한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터 쿡 국방부 대변인은 “사드는 방어시스템일 뿐 중국의 우려를 자아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은 결사반대다. 화춘인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국가가 지역 미사일 방어를 배치하면 한반도 정세를 한층 자극해 지역 평화안정 유지에 불리한 것은 물론 각국이 현 정세에 적절히 대응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관 국가에 (사드)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기를 정중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60여년 전 미·소가 한반도를 놓고 한바탕 겨루더니 지금은 미·중이 한반도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이때를 이용해 전력(戰力) 보유를 금지한 헌번 9조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자민당이 2012년 내놓은 헌법 개정 초안은 일본이 육해공군이나 여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주전권(주권국이 전쟁할 수 있는 권리)을 부인한다고 규정한 헌법 9조 2항을 수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 5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당연히 나도 총재로서 자민당과 같은 생각”이라고 답한 것은 사실상의 군대 보유 구상을 국회에서 언급한 것이다.
해방된 직후 한반도가 남북끼리, 남남끼리 이념대결로 치고받고 싸우는 사이 주변 강대국들은 한반도의 긴장을 활용해 세력다툼을 벌였듯이 2016년이 딱 그렇다.
북한 주민들은 광명성호 발사를 자축한 대규모 불꽃놀이와 군중대회 등을 개최하면서 경축분위기를 이어갔다. 통제된 사회에서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는 북한 주민들이 이런 세상의 움직임을 모르고 춤을 추지만 유엔의 추가 대북 제재안이 통과되면 고통은 고스란히 그들의 몫이 된다.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이 어떻게 나올 지 걱정된다. 중국은 내심 한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내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중국은 지난해 들어 10월까지 4589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과의 교역에서 587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냈다. 같은 기간 대 일본 무역 적자(59억 달러)의 10배 수준이다.
따라서 일부 중국 사람들은 “한국이 중국에서 돈을 벌어 그 돈으로 미국 무기를 산다”고 불만이다. 한국은 2014년 78억 달러의 무기 구매계약을 체결해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이 됐으며 그 가운데 90%인 70억 달러 가량은 미국에서 수입했다. 중국 사람들은 이 점을 고깝게 보고 있다. 사드는 주한미군이 배치하지만 한국 정부가 그 비용의 일정 부분을 부담할 텐데 그 돈이 중국에서 벌어 간 돈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중국이 여차하면 교역량을 조절하는 상황이 올 수 도 있다.
한국은 중국과 무역을 통해 먹고사는 나라다. 가뜩이나 제품 경쟁력 면에서 중국에 밀리거나 거의 비슷해져 고전하는 마당에 외교안보 문제로 보복 조치까지 취해지면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한국 경제가 중환자실로 실려 갈 수 있다.
강대국의 거대한 파도에 한반도가 불쌍해지고 있다. 아직은 한국도 북한도 서로의 ‘큰 형님’을 믿고 티격태격 하지만 거대한 파도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어떤 고통을 감내 할 지 모른다. 살인의 고수들은 상대방을 공격할 때 미리 말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경계를 하기 때문이다. 하수들이 괜히 폼만 잡고 떠든다. 고수들은 상대방이 당하는 지 도 모르게 공격한다. 상대방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의 운명이 이렇게 되지 않도록....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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