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北韓消息

"해외의 북한 식당은 대남공작의 최전선…명함에 적힌 이메일로 사이버 공격도"

바람아님 2016. 2. 20. 00:29

조선일보 : 2016.02.19 14:14

학군단(ROTC) 출신으로 육군 장교로 군 복무를 한 A(38)씨가 2012년 8월 무렵 중국 단둥(丹東)의 북한 식당을 찾았다. A씨는 2011년 지인을 통해 북한 사업가인 김 사장을 소개받았고 그를 통해 북한에서 개발한 오토프로그램(게임회사 보안 시스템을 해킹하는 프로그램)을 공급받아 국내에 팔았다. A씨는 김 사장의 요구로 별 생각없이 국내 국가조달 사이트 유료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도 건넸다.

A씨가 만난 김 사장은 사실 북한 대남공작기관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공작원 ‘리호남’이었다. 리호남은 김일성종합대 출신으로 중국 내 북한 정찰총국 공작조를 운영하는 인물이다. 그는 2010년 국정원 대북 공작원 출신 간첩 ‘흑금성’ 사건에도 연루됐다. A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작년 10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북한은 해외 북한 식당을 ‘외화벌이’ 수단뿐만 아니라 대남 공작 활동의 거점을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방위원회 산하 국가안전보위부와 정찰총국, 노동당 산하 225국(옛 대외연락부)과 통일전선부 등이 해외 북한 식당을 운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진보예술단체 대표 B(47)씨도 2011년 3월 중국 상하이(上海) 북한 식당에서 조총련이 운영하는 대학 소속 교수 소개로 225국 소속 공작원을 만났다. B씨는 이 자리에서 북한 공작원과 통신연락 방법,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관련 정보 수집 및 보고 시기·방법에 대해 협의했다. B씨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대법원은 작년 4월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확정했다. 시민단체 블루유니온 권유미 대표는 “해외 북한 식당은 간첩이나 종북 단체 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접선하는 장소”라며 “평양의 지령을 현지에 전달하거나 수집된 정보를 보고하는 연락 기지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남 공작 기구 소속 공작원뿐만 아니라 해외 북한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봉사원들도 정보 수집에 동원된다. 해외 북한 식당이 대남 정보 수집 및 공작의 최전선인 셈이다. 여성 봉사원으로 선발되면 2개월 정도 북한 보위부 해외지도팀에서 합숙 교육을 받는다. 중국과 한국 기업인을 대하는 복무 교육과 함께 식당 손님 동태를 살피고 대화를 엿듣는 방법, 수상한 사람을 가려내는 방법 등에 대한 교육도 받는다고 한다.

여성 봉사원들은 매일 아침 식당 영업 전에 열리는 복무회의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사상 교육과 업무지시를 받는다. 식당 영업이 끝나면 복무 보고를 하는데, 여성 봉사원들은 그날 어떤 손님이 무슨 말을 했는지를 다 써서 보고서 형태로 제출한다고 한다.

해외 북한 식당 여성 봉사원의 하루 일과/조선DB

해외 북한 식당 내부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 있어 손님이 누군지 확인할 수 있다. 또 한국 손님이 남긴 명함에 적혀 있는 이메일 주소 등은 북한 해커 조직에 넘겨져 사이버 테러 수단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9월 네팔 정부가 자국내 북한 식당을 탈세 혐의로 압수수색을 했는데, 식당 컴퓨터에서 한국 손님의 대화 내용과 신상 자료가 담긴 보고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2014년 4월 수도 프놈펜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북한 해커 조직을 검거하기도 했다. 캄보디아 내 북한 해커들은 한국인들을 상대로 한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금융정보를 빼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유미 대표는 “해외 관광객이나 기업인들이 호기심에 북한 식당을 찾았다가 여성 봉사원들의 외모와 가무(歌舞)에 경계심이 무너질 수 있다”며 “술 한 잔에 무심코 흘린 말이 북한 정보 당국으로 흘러가고, 공작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북한 식당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