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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법원, 외국인 동성 커플에 대리출산 딸 양육권 인정

바람아님 2016. 4. 27. 00:09
연합뉴스 2016.04.26. 18:50

동성혼·대리출산 불허 태국에서 이례적 조치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동성 간의 결혼은 물론 상업적인 대리출산을 법으로 금지한 태국에서 외국 국적의 동성 커플이 대리모를 상대로 한 딸 양육권 분쟁에서 승소했다.

2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중앙 청소년·가정 법원은 이날 미국인 고든 레이크, 스페인 국적의 마누엘 산토스(이상 男, 41) 커플에게 대리출산을 통해 낳은 딸 카르멘의 양육권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카르멘이 태어난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약 14개월 동안 출국하지 못한 채 태국인 대리모를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여온 이들은 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대리출산 딸의 양육권 소송에서 승리한 고든 레이크[epa=연합뉴스]
대리출산 딸의 양육권 소송에서 승리한 고든 레이크[epa=연합뉴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카르멘의 출생 과정에 생물학적으로 관여한 것은 레이크와 태국인 대리모 파티드카 구솔상 등이다.

레이크는 정자를 제공했고, 파티드카는 아이를 뱃속에서 10개월간 길렀다. 난자는 익명의 제공자로부터 받았다는 게 대리모 측의 주장이다.


파티드카는 병원에서 출산한 뒤 아이를 동성 커플에서 인계했다. 그러나 뒤늦게 이들이 동성 커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파티드카는 아이의 여권 발급을 위한 동의 서류에 서명하지 않았다. 아이의 교육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아이의 출국길이 막히자 레이크와 산토스 커플은 대리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법정 싸움에 들어갔다.

이들은 소송비용 마련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개설하고 자신들의 기구한 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3만6천달러(약 4천140만원)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긴 법정 싸움 끝에 딸의 양육권을 얻게 된 산토스는 "우리가 이겼다. 정말 기쁘다. 악몽이 곧 끝난다. 이제 카르멘은 스페인으로 갈 수 있게 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한편, 태국은 동성 간의 결혼은 물론 상업적인 목적의 대리출산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당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태국 법원이 레이크 산토스 커플에게 불리한 판정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