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세상 읽기] 너무나 쉽게 전쟁이 나지 않을까

바람아님 2016. 6. 29. 00:00
한겨레 2016.06.28. 16:46


여전히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4월15일에 1회, 4월28일에 2회, 그리고 5월31일에 1회에 걸쳐 무수단급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단행하였다. 4월23일에는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하였다. 급기야 6월22일 “중장거리 전략탄도 로케트 화성-10”을 고도 1400㎞ 높이에 올려놓았다. 국제사회는 제재로 대응하였다. 2월10일 한국은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였고, 미국은 2월18일에 대북제재법을 채택하였다. 


일본도 2월19일 해운과 금융통제 강화 및 인적 교류 규제 확대 등 대북제재를 시행하였다. 3월2일 유엔은 안보리 결의안 2270호를 채택하였다. 과거 어느 때보다 체벌의 강도가 높은 대북제재안이다. 3월8일 한국은 독자적 대북제재 조처를 더하였다. 이 독자적 대북제재의 골자는 해운, 금융, 수출입 통제 강화 및 북한식당과 같은 영리시설 이용 자제 등이다. 그리고 3월16일 미국은 신규 행정명령 13722호를 발표한다. 이 명령에는 북한 인권유린, 해외 노동자 송출 등의 분야까지 제재를 확대할 수 있는 조처를 포함하였다. 


또한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과 국가에 미국의 제재가 가능해졌다. 5월18일 유럽연합(EU)은 북한 정부, 군 수뇌부 실세가 포함된 신규 제재대상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유럽연합은 5월28일 무역, 투자, 금융, 운송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포괄적인 대북 독자제재 조처를 발표하였다. 6월1일 미국 재무부는 북한을 돈세탁 주요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였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외부로부터 촘촘한 제재와 강력한 압박이 가해질수록 평양의 “더 멀리, 더 높이” 신념은 강해지고 있다. 북한의 독기 또한 심상치 않다. 5월6일 당대회 개막사에서 “제국주의들은 온갖 제재로 경제발전과 생전의 길마저 가로막고 있다”고 언급한 김정은 위원장은 화성-10 발사실험 직후 “태평양 작전지대 안의 미국놈들을 공격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며 기뻐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제재 신념 또한 만만찮다. 그는 6월13일 20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북핵문제는 국제사회 대 북한의 구도”라며, 북한 비핵화 해결은 “결국 의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주에는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라고 못박았다. 베이징에서 열린 동북아시아협력대화에서 한국의 김건 단장과 미국의 성 김 대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며, 북한에 비핵화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북한 대표 최선희는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6자회담은 죽었다”고 맞불을 놓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관련국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말할 뿐이었다. 다자협상을 통해 현 난국을 해결할 의지를 북한은 물론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의 분노가 매우 강력하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의 막가파식 행보도 그만큼 거칠다. 임기말 오바마 대통령에게 새로운 정책 의지를 찾을 수 없다. 서울의 대북 분노와 단호함만큼 평양의 대남·대미 적개심은 강해졌다. 2007년 37.9%를 기록했던 북한의 대남교역의존도가 올해는 사실상 0%를 기록할 것이라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전망은 남북관계가 아무것도 없는 “제로 상태”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분노가 쌓이면 이성적 목소리가 설 자리가 없다. 위기 관리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분노보다 냉철한 이성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이렇게 “뭣이 중요한지도 모르면서” 긴장과 위기가 반복되다 보면 “너무나 쉽게 전쟁이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은퇴가 임박한 어느 교수의 말 한마디가 뇌리를 스치는 여름이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