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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너는 나가도 좋다" 거절한 우정..친구들과 함께한 청년

바람아님 2016. 7. 4. 23:57
세계일보 2016.07.04. 14:17

“방글라데시 사람이지? 기회를 주겠다. 나가도 좋다.”

파라즈 호세인(20)은 고개를 저었다. 옆에는 공포에 떠는 두 여학생이 있었다. 각각 미국과 인도에서 온 이들은 호세인의 친구다. 방글라데시 사람인 호세인은 살 수 있었으나, 스스로 나가길 거절했다. 친구들과 끝까지 남아있겠다고 맞섰다. 그렇게 그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메트로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앞선 1일 테러범들이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교가의 한 식당을 덮쳤을 때, 호세인은 아빈타 카비르(18), 타리시 자인(19)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세 사람의 출신지는 모두 달랐다. 카비르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태어나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모리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인도에서 태어난 자인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 재학 중이었다. 호세인은 카비르와 같은 학교에 다녔다.

다음날 오전, 방글라데시인 호세인에게 테러범들은 살 기회를 줬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친구들을 버리고 나갈 수는 없었다. 호세인은 그렇게 테러범들의 총과 칼에 이슬로 사라졌다. 카비르와 자인도 현장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호세인은 학생 대표로 뽑힐 만큼 모범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고등학교 친구는 미국 CNN에 “호세인은 겸손했다”며 “지금까지 만난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한 학생이었다”고 슬퍼했다.

호세인의 또 다른 방글라데시인 친구는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한다”며 “과제 때문에 애먹는 내게 다가오더니 제대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말했다. 그는 “호세인이 다니던 에모리 대학교와 수도 다카는 이번 참극 때문에 온통 충격에 휩싸였다”고 덧붙였다.



에모리 대학교 측은 애도 성명을 내고 “소중한 두 학생을 잃어 너무나 슬프다”며 “호세인과 카비르,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친구 몫까지 대신해 말할 수 없이 슬픈 이 시간을 잘 견뎌 나가겠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부터 카비르의 친구로 지내왔다던 엠마 루이사는 “그는 세상의 보물이 될 사람이었다”며 “카비르의 올바른 정신은 나를 철들게 했다”고 말했다.

자인이 다녔던 캘리포니아 대학 관계자는 “그는 영리한 학생이었다”며 “남들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 가족과 친구 그리고 그를 아는 버클리의 모든 이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방글라데시 테러 이후, 동남아 특히 이슬람권 국가들이 긴장하는 모양새다.

유럽에서나 벌어지던 테러가 점점 동쪽으로 범위를 넓히는 데다가 무슬림이 많은 국가가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어서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직접적인 범행이 아니라고 해도 그들의 영향을 받은 누구나 언제든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동환 기자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메트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