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6.09.01. 02:48
이달 초 중국 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인 장유샤(張又俠) 상장(上將ㆍ대장)이 다롄(大連) 조선소를 시찰하는 모습의 사진들이 인터넷에 유포됐습니다. 유포 사진들 중 일부를 통해 중국이 자체 설계와 기술로 만든 최초의 국산 항공모함이 공개됐습니다. 지금까지 ‘군사기밀’이라며 뭐든 다 감추려는 중국 군부가 ‘유포’라는 형식으로 항공모함을 선보인 건 의도적이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에서 사온 퇴역항모를 개조해 2012년 9월 랴오닝(遼寧) 함을 취역했습니다만 현대전에서 활용하기엔 여러 제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첫 국산 항공모함을 자랑하면서 중국 해군이 세계 최강인 미국 해군과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걸 전 세계에 알리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게다가 중국 해군은 2020년까지 항공모함 4척을 포함 351척의 순양함ㆍ구축함ㆍ잠수함 등 전력을 보유할 계획을 세워놓았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2011년부터 매년 대형 함정 15척 이상을 건조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수치입니다. 이에 비해 미국 해군은 2046년까지 292척의 전투함정을 건조할 계획입니다. 중국 해군이 적어도 함정 수로 미국 해군을 곧 앞설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중국군의 전력증강을 보면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중국 군사력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상당수의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전력을 보유하려면 가야할 길이 멀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첫 국산 항공모함이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항공모함은 선수(船首)가 스키 점프대처럼 솟아 있습니다. 캐터펄트(catapult)라는 사출기의 개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모함은 모두 캐터펄트를 갖췄습니다. 캐터펄트는 함재기를 걸고 이륙 속도로 빠르게 가속해주는 장치입니다. 고무줄 새총이 캐터펄트, 함재기가 새총에 건 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미국 항공모함의 캐터펄트는 증기로 움직입니다. 1992년에 실전배치된 조지 워싱턴 함의 경우 4개의 사출기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20초마다 함재기 한 대씩 이륙이 가능합니다. 2013년에 진수된 제럴드 R. 포드 함부터는 전자기 추진 캐터펄트로 더 업그레이드됐습니다.
반면 중국은 아직까지 캐터펄트 기술이 없습니다. 이 기술은 미국이 독보적입니다. 프랑스도 자국의 항공모함인 샤를 드골 함을 만들 때 캐터펄트는 미국에서 수입했습니다. 중국은 캐터펄트를 자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썼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항공모함은 스키 점프대를 이용해 함재기를 띄웁니다. 스키점프와 비슷한 원리입니다. 함재기가 최대 추력으로 달려 갑판 끝의 곡선 면에 도착하면 앞으로 나가는 추력과 함께 위로 나는 추력이 생깁니다. 그런데 짧은 거리를 자체 추력으로 이륙하기 때문에 함재기의 무장과 연료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스키 점프대 항공모함은 조기경보기와 같은 대형 함재기를 운용할 수 없습니다. 조기경보기는 함대의 눈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조기경보용 레이더를 단 헬리콥터를 대신 써야합니다. 하지만 조기경보기와 조기경보 헬기의 성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입니다.
게다가 중국의 항공모함 함재 전투기인 젠-15는 더 말이 많습니다. 지난 4월 착륙 훈련 중 추락한 사실이 최근 공개됐습니다. 중국이 첫 함재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업료를 치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수업료가 너무 비싼 게 문제입니다. 캐나다 군사잡지인 ‘칸와방무평론’은 지난 5월 젠-15 함재기에서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4년 전 실전배치 이후 지금까지 16대만 생산하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습니다.
젠-15는 사실상 러시아의 수호이 Su-33을 베낀 전투기입니다. 중국은 당초 Su-33의 라이선스 생산을 추진했지만 러시아가 중국이 수호이 Su-27를 불법복제해 젠-11을 만든 전력을 문제 삼아 이를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의 도움을 받아 Su-33를 분해한 뒤 역설계해서 젠-15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전투기의 심장인 엔진과 전투기의 신경계라 할 수 있는 애비오닉스(항공기용 전자장비)가 말썽을 부렸습니다. 아직 기술력이 달린 것이죠.
중국산 무기 가운데 가장 ‘안습(안구에 습기)’은 탱크입니다. 중국의 탱크는 화력과 방어력이 많이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현지시간)까지 열린 ‘탱크 바이애슬론’에서 중국 탱크는 ‘흑역사’를 기록했습니다. 탱크 바이애슬론은 여러 국가의 탱크들이 참가해 장애물을 통과하고 목표물에 포격을 하는 실력을 겨루는 대회입니다.
중국은 올해 자국의 최신형 전차인 96식B(ZTZ-96B)를 출전했습니다. 그런데 이 탱크가 장애물 구간을 달리던 중 보기륜(궤도를 굴리는 바퀴) 하나가 빠져버렸습니다. 대회를 참관한 러시아 군사 전문가는 “(중국 탱크의) 포탑엔 아무것도 없다”고 적었습니다.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외부 연료탱크와 장갑 등을 제거해 무게를 줄인 겁니다. 그는 “(중국 탱크의) 트랜스미션에 문제가 있고, (엔진 최대 출력이) 1200~1300 마력이라고 했으나 1000~1100 마력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군사비로 2148억 달러(약 244조원)을 써 아시아 전체 군사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스웨덴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가 추정했습니다. 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기술을 해킹과 산업스파이를 통해 빼가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중국의 무기는 서방 국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미국 US샌디에이고 대학의 타이밍청(張太銘) 교수는 ▶중국 방위산업의 독점적 구조 ▶관료주의 ▶구시대적 관리수단 ▶불투명한 가격결정 시스템 ▶부패 등을 지적했습니다.
물론 중국은 대국굴기(강대국으로 부상)로 나가면서 이런 문제점들을 차츰 개선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중국은, 적어도 군사력에선 자신을 실제보다 더 크게 보는 오목거울 앞에 서고 싶어 하는 모양새입니다. 과소평가 못잖게 과대평가도 위험합니다.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문제로 한ㆍ중 양국 관계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중국을 정확히 보는 시각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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