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中國消息

[글로벌 아이] 나라가 정한 일에 불가능은 없다

바람아님 2016. 9. 6. 23:43
중앙일보 2016.09.06. 00:22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를 차지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항저우(杭州)로 총출동했다. 5일 막을 내린 G20 정상회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제외하면 중국이 가장 많은 외국 정상을 맞이한 외교 행사다. 중국은 과거 두 차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 적이 있지만 규모나 격에서 G20 회의에 비할 수 없다.

중국은 왜 이런 행사를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아닌 항저우에서 개최했을까. 필자는 2년 전쯤 중국 고위층 소식에 밝은 지인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2013년 6월 집권 초기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 장소로 백악관 측이 제시한 곳은 캘리포니아주의 휴양지 서니랜즈였다. 시 주석은 여기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듯하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만남으로써 두 정상은 보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이후 시 주석은 언젠가 항저우에서 중요한 외교 이벤트를 치르리라 점찍어 뒀다. 외국 지도자와 산책을 하며 대화할 수 있는 곳으로 시후(西湖) 호반이 적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항저우는 시 주석이 5년 넘게 근무했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2002년 푸젠(福建) 성장에서 옮겨와 저장(浙江)성 서기를 지내며 저장을 중국에서 1인당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곳으로 바꿔 놨다. 항저우는 저장성의 성도(省都)다. 그가 2007년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낙점되는 발판이 항저우에서 마련된 것이다.


지도자의 각별한 뜻에 따라 중국은 항저우 G20 회의 성공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힘을 쏟아부으며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공성지계(空城之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기자만 5000명을 헤아릴 정도의 초대형 이벤트가 실은 텅 빈 도심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은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항저우 시민들에게 일주일간의 강제 휴가령을 내리고 시민들에게 여행상품권을 나눠 주며 외지 여행을 유도했다. 거주 등록 없이 항저우에서 살던 사람들은 사실상 도시 밖으로 쫓겨났다. 그 결과 900만 인구 중 200만 명이 항저우를 떠났다. 결국 주인 떠난 빈 집을 손님들이 차지하고 잔치를 펼친 셈이다. 중국이 아니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중국은 G20 회의를 통해 세계 중심 국가로 우뚝 섰음을 선포했고 시 주석은 세계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다. 하지만 많은 항저우 시민은 생업을 접어야 했다. 시내 중심가의 상점들이 문을 닫고 인파가 붐비는 곳이면 어김없이 늘어섰던 행상들도 그림자를 감췄다.


항저우 G20 회의는 중국의 힘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지만 중국 체제의 이면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나라가 정한 일이면 불가능한 일이란 없다는 사실이다. 한 서양 기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중국 SNS에서도 퍼 날라져 화제가 됐다. “거리엔 인적이 끊기고 차량도 자취를 감췄다. 건물 조명은 화려하지만 아파트 내부는 불이 꺼졌다. 내가 혹시 평양에 온 건 아닌가.”


예 영 준
베이징 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