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실리콘밸리 출장길에서 만난 창업컨설턴트 티모시 추 박사의 질문이다. 정답은 다름 아닌 ‘질문’에 있다. 스탠포드 학생들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을 툭 던지면 끝도 없이 질문을 하지만 칭화대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추 박사는 “호기심 없이는 혁신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25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스타트업을 지원해 온 산증인이다.
추 박사처럼 실리콘밸리 문화를 몸소 경험한 인사들이 전하는 혁신의 원동력은 자율과 개방 두 가지로 집약된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사고하며 성장한 인재들이 없었다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혁신적인 기업들은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에 온몸이 전율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이들이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것도 아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 오후 4시가 되면 팔로알토 인근 레스토랑 거리는 청바지에 맨투맨 티셔츠 차림의 사람들로 북적인다. 열린 마음으로 동료들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네트워킹 문화는 실리콘밸리의 상징처럼 굳어졌다.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바라보는 아시아의 모습은 어떨까. 사무엘 옌 SAP 랩스 실리콘밸리 총괄 겸 최고디자인책임자(CDO)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는 ‘하이어러키(hierarchy·서열) 장벽’이 있다”며 “리더들이 혁신을 이끄는 문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AP의 또 다른 임원 역시, “하이어러키가 혁신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서열문화 속에서는 자율보다는 원칙이, 개방보다는 규정이 중시된다. 원칙과 규정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에서도 우리와 차이가 극명하다. 5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했다는 인도계 수디시 나이르 누타닉스 대표는 “중국, 인도 등에서 사업을 할 때는 실패를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했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성공보다 오히려 실패를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패를 포기가 아닌 성장으로 이끄는 실리콘밸리의 DNA가 부럽다.
팔로알토(미국)=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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