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2016.11.05 07:33
중국과 일본의 경제는 양극단에 위치한 것처럼 보인다. 한때 미국을 위협할 정도의 경제 대국이던 일본은 20년째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 반면 중국은 경제, 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명실공히 초강대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중국이 일본을 닮아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속 성장을 추구하는 중국이 과거 일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모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4일 보도했다. 지금 중국 정부는 일본이 잘못 밟았던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 "中, 日 닮아가고 있어…저성장·디플레"
올해 초 골드먼삭스 투자전략가들은 보고서를 통해 "일본처럼 중국도 언젠가는 저성장기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애널리스트들도 지난 5월 "중국은 경제성장이 다소 둔화하고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이 가해지는 시기를 겪을 것이다. 혹은 장기 경기침체를 경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기관 키니코스 어소시에이츠의 제임스 카노스 창립자는 '중국이 일본의 경로를 매우 빠른 속도로 따라가고 있다'라고 비유했다.
일부는 암울한 중국 경제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약 30년 전에 일본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도 없었다.
◇ 관료-대기업-금융 결탁의 후폭풍
일본 정부의 관료주의는 미국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에 개입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국영기업, 대기업, 은행 사이의 폐쇄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으로 투자를 촉진했다. 일본 정부는 유치산업을 보호하고 일부 산업에 대해서는 금융지원을 지시했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우뚝 설 수 있었다.
일본 경제는 팽창했지만 실제로는 서서히 썩어갔다. 일본의 배타적인 금융, 기업, 정부 간의 연결은 자원분배를 왜곡시켰다. 투자가 '낭비'됐다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에는 차입 비용이 매우 낮았다. 그 결과 일본 내 부채가 크게 늘었다. 일본 경제는 빚에 의존해 성장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도 급등했다. 1990년 초가 되어서야 '거품 경제'는 결국 터졌다. 금융업도 급격히 위축됐다. 이후 지금까지 일본 경제는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다.
◇ 日 관료주의 능가하는 中 국가 자본주의 중국 경제도 일본의 '내리막길'을 따라서 돌진하고 있다. 중국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본의 방식을 베낀 정책을 도입했다. 금융 지원을 지시하고, 일부 산업을 목표로 정해 육성하며, 수출을 인위적으로 촉진한다.
게다가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는 일본의 관료주의보다 더 심하게 시장에 개입한다. 은행 시스템은 국영기업들에 언제나 자본을 내어줬고 그 결과 철강업, 시멘트업, 건설업 등에서 어마어마한 과잉설비가 구축됐다. 오래된 산업도 막대한 유동성에 의존해 그럭저럭 돌아갔다.
돈을 구하기가 쉬워지면서 일본처럼 중국의 자산 가격도 뛰어올랐다. 급등했던 중국 증시는 결국 지난해 붕괴해 시장 전반의 혼란을 일으켰다. 투기바람은 그 뒤 원자재 시장으로 옮겨갔고, 이제는 상하이, 선전 및 다른 주요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매우 빠르게 뛰고 있다.
완화적 통화 기조는 1980년대 일본처럼 중국의 부채를 '매머드'급으로 쌓아 올렸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일본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980~1989년 동안 80%포인트 증가했다.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BIS에 따르면 중국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 2007~2015년 동안 100%포인트 늘어, 255%를 기록하고 있다.
◇ 中, '개혁'과 '좀비경제' 갈림길
일본의 경험은 중국에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일본은 한계기업이 망하도록 내버려 두는 대신 신용 공급, 출자전환 등을 통해 살려두었다. 이렇게 탄생한 이른바 '좀비기업'들이 오늘날 일본 경제를 끌어내리고 있다.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또한 인위적인 부양책을 이용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정부 지출이 크게 늘어나 정부 재정은 만성적인 대규모 적자다. 일본은행은 통화를 마구 찍어내 뒷돈을 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좀비기업들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일본처럼 부채와 정부 주도의 부양책을 통해 좀비기업들을 살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지난 10월 중국 정부는 '좋은'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한 출자전환 계획 세부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이 방책이 과잉 설비를 '영구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본다.
앞서 시진핑 국가 주석은 전면적인 시장 친화적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과잉 설비를 감축하며, 민간사업을 촉진 시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당초 약속한 개혁안을 강력하게 밀고 나간다면 '일본의 길'은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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