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의 대규모 무역 마찰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중국 상무부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악명시장(Notorious Market)’ 리스트에 알리바바 타오바오 등이 포함된 것을 놓고 강하게 반발했다. USTR이 ‘짝퉁’의 온상으로 불리는 악명시장 명단 중 1/4을 중국 온·오프라인 시장으로 채우자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객관적이지 못하다”며 항의한 것이다. 미·중 정부 차원에서 이처럼 양보 없는 갈등이 계속되면서 양국 무역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30일 중국 신랑재경 등은 최근 미국 USTR이 발표한 ‘악명시장’ 명단에 대해 중국 상무부가 “무책임하고 객관적이지 못한 선정”이라며 공식 논평했다고 전했다. 상무부 선단양 대변인은 전날 “미국이 10개 중국 시장을 악명시장 명단에 포함시킨 근거를 보면 하나 같이 ‘알려진 바에 따르면’이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같은 애매모호한 인용들을 사용했다”며 “(악명시장 명단에 포함된 중국 시장들의) 실제 위법 행위를 조사한 결과라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주 미국 USTR은 알리바바 타오바오와 91핸드폰마켓, 미펑스핀 같은 중국 온라인시장 4곳과 명품 짝퉁을 판매하는 베이징 슈수이시장과 저장성 이우잡화시장, 광저우 바이윈시장 등 오프라인시장 6곳을 악명시장 명단에 올렸다.
특히 중국 여론은 타오바오가 이 명단에 들어간 것을 놓고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앞둔 전초전이라고 해석한다. 타오바오는 2011년 처음으로 USTR 악명시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후 자체적인 짝퉁 퇴출 노력으로 명단에서 제외된 바 있다. 하지만 타오바오는 4년 만에 또 다시 악명시장에 포함되며 중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짝퉁 상품 판매를 조장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악명’을 쓰게 했다.
선단양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악명시장 선정을 더 투명한 절차로 진행하는 동시에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중국 기업들의 지식재산권 보호 노력을 평가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 내부적으로도 악명시장 리스트에 포함된 것을 짝퉁 문제가 아닌 ‘정치적 영향’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근 알리바바 마이클 에번스 사장은 “우리는 올해 8월까지 12개월간 3억8000만개의 판매 제품을 조사해 짝퉁 제품을 파는 상점 18만 곳을 폐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1000개가 넘는 회원사로 구성된 미국의류신발협회(AAFA)는 알리바바를 짝퉁의 온상으로 지목했다. AAFA는 “알리바바의 짝퉁 판매는 여전히 위협적이다”며 올 들어 알리바바를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악명시장은 곧 미국 정부가 공인한 ‘짝퉁 집산지’라는 의미다. 특히 타오바오가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미국이 앞으로 주목할 중국산 수출품에 대한 문제점을 전 세계에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사실은 알리바바가 아닌 중국산 수출품을 악명시장에 올린 것이라는 해석도 들린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공식 출범하는 내년 1월 말 이후 중국과 대규모 무역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이 전주곡이 이번 알리바바의 악명시장 지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가 미국 USTR에 공식적으로 반발하는 장면에서 볼 수 있듯 미·중 무역 마찰을 둘러싼 양국의 기싸움은 좀처럼 식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화샤시보는 “중국은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미국이 중국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협상을 원할 수도 있다”며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는 좀더 실질적 이익을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지난 4월 국제반위조상품연합(IACC)에 가입하며 짝퉁 판매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듯 싶었다. 하지만 IACC 로버트 바케이지 회장이 알리바바 주식을 2014년 뉴욕 상장 당시부터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며 한 달만에 IACC에서 퇴출 당했다. 이후 알리바바는 광저우시에서 이뤄진 경찰의 루이비통 짝퉁 단속을 지원하는 등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베이징(중국)=원종태 베이징 특파원 go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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