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中國消息

중국이 한국에 투하한 10개의 ‘병법 폭탄’

바람아님 2017. 3. 16. 23:33
[중앙일보] 입력 2017.03.16 14:42

요즘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것 보면 '데자뷔' 느낌이 들지 않는가요. '기시감(旣視感)' 말입니다. 일본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를 했던 2012년 반일 데모,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일본 여행 금지, 희토류 수출 금지가 먼저 생각나지요. 2010년엔 인권운동가 류사오보가 노벨평화상 수상을 하자 중국이 노르웨이 연어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 밖에도 프랑스, 영국,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등 중국 비위 건드려 보복 당한 나라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이런 중국의 행태는 현대에만 보이는 게 아닙니다. 처세술에서 병법까지 중국의 오랜 전통이고 문화입니다. 특히 그들의 고대 병법을 보면 이번 사드 보복은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했을 정도입니다. 사드 보복을 계기로 그들의 고대 병법을 살펴봤더니 중국은 최소한 10가지 전술로 한국을 무차별 유린하고 있습니다.
 
중국 36계 중 상옥추제 전략을 그린 만화 [출처: 바이두]

중국 36계 중 상옥추제 전략을 그린 만화 [출처: 바이두]


#우선 섬뜩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한 가지. 상옥추제(上屋抽梯) 전술입니다.
36계 병법 중 제28계지요. 상대가 지붕 위에 올라가도록 사다리를 마련해주고 사다리를 치우는 전술입니다. 돌이켜보면 한국이 딱 그랬지요. 중국의 개혁개방 열풍에 편승해 한국 경제도 덩달아 순항했으니까요. 지난 10여 년간 중국은 우리에게 미래이고 기회라고 떠들었습니다. 중국 위협은 '모깃소리'였고 기회는 '확성기'였습니다. 그러니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숫자상으로는 25%, 실제는 30~40% 가까운 기형 구조가 돼버린 겁니다. 지붕 올라갈 때 "중국이 사다리 치울 수도 있겠구나, 다른 사다리 하나 준비해야지"라는 경고음 하나 들리지 않았으니 사드 보복 당해도 쌉니다. 우리는 중국이 놓아둔 사다리 타고 지붕에 올라 경치 구경하는데 정신 팔다 샌드백 신세가 된 겁니다. 겉으로 웃으면서 칼을 숨긴다는 제10계, 소리장도(笑裏藏刀)의 연장선입니다.
 
#격안관화(隔岸觀火)와 진화타겁(?火打劫)를 통해서는 중국인 저변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36계 중 각각 5계와 9계입니다. 격안관화, 말 그대로 "강 건너 불구경" 이지요. 진화타겁, 즉 불난 집에서 도적질하는 겁니다. 최근 한국의 혼란한 정세에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보면 금방 알 수 있지요. 북한 핵문제, 탄핵 정국을 전후한 중국의 태도는 말 그대로 수수방관, 불난 집 박수치기입니다. 그러다 사드 배치가 현실화되자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가했습니다. 한국이 정신 못 차릴 때 더 심각한 타격을 가해 국익(사드 배치 철회)을 얻어내자는 거지요. 

사실 이건 중국인들의 집단 문화이기도 합니다. 중국 거리에서 싸움 구경한 적 있나요. 일단 싸움이 일어나면 10분도 안돼 주변은 인산인해가 됩니다. 그러나 경찰이 오기 전까지 누구 하나 말리려 하지 않습니다. 싸우다 피가 낭자해도 마찬가집니다. 싸움을 말리려고 간섭하는 순간 그 역시 싸움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간섭않고 구경을 즐깁니다. 중국 사회 특유의 문화지요. 그러나 둘이 싸우다 돈이 떨어지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집니다. 구경은 구경이고 개인의 이익은 이익이라는 별개의 사고가 작동하기 때문이지요. 그들의 이 같은 행태는 꼭 사회주의 문화라기보다 수많은 전란을 겪으면서 형성된 그들만의 '생존술'로 보는 게 더 타당합니다.
진화타겁 전략을 설명한 만화 [출처: 바이두]

진화타겁 전략을 설명한 만화 [출처: 바이두]

 
#차도살인(借刀殺人), 제3계입니다.
남의 칼로 사람 죽이기죠. "손 안 대고 코 풀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 중국 정부의 행보가 딱 그렇습니다. 자국인들의 반한 시위나 한국 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인데 그저 "정부와 상관없다"는 투죠. 심지어 "그러면 안 된다"며 점잖게 타이르기까지 합니다.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세무조사나 소방법 위반 조사, 통관 지연이나 거부 등도 '법대로'를 앞세우지 '사드 보복'이라는 말은 아예 입에 올리지도 않습니다. 민간이나 법을 앞세워 한국을 겁박하고 사드 배치 철회를 이끌어내려는 중국 정부의 차도살인 전술이지요. 물론 이런 것 천하가 다 알지요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것. 한데도 상관 않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 문화대로 이익을 취하면 그뿐이니까요.
 
지상매괴 전략 [출처: 바이두]

지상매괴 전략 [출처: 바이두]


#지상매괴(指桑罵槐), 제26계입니다.
이 전술은 우리가 유심히 봐야 그 속내가 보입니다. 뽕나무를 가리키면서 홰나무를 욕한다는 뜻이지요. 사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한중 문제라기 보다 미중 전략과 전술 게임이라는 것은 상식입니다. 엊그제 중국 언론이 사드 문제는 근본적으로 미중 간 전략 싸움이라며 사드 보복에 대한 기존 입장과 다른 태도를 취했지요. 중국의 본심은 한국에 대한 보복을 통해 미국에 경고하는 거라고 스스로 자인한 겁니다. 다음 달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사드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고 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사드 보복을 한중 문제로 이해하고 풀려고 했던 것인데 중국의 의중은 다른 데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포전인옥(??引玉), 제17계입니다.
벽돌을 던지고 옥을 취한다는 뜻이지요. 사드 정국에 중국에게 무엇이 벽돌이고 무엇이 옥일까요. 중국은 행동으로 말했습니다. 한국은 벽돌이고 사드 철회는 옥이라는 거지요. 옥은 더 있습니다. 미국이고 북한입니다. 한중 관계가 좋을 때 한국은 중국에 옥인 줄 착각했지요. 한데 사드 배치가 현실화되는 비상 상황이 닥치자 중국의 본심이 드러난 겁니다. 그동안 한국,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니 경제 주요 파트너니 하는 말 '사탕발림'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한국이라는 벽돌을 버린 겁니다. 그리고 북한을 끌어들여 미중 간 전략적 완충지대를 공고히 하는 계기로 삼고 있지요. 한국을 희생양으로 미국에게 사드 협상을 요구했고 다음 달 시진핑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주요 의제로 올리는 데 성공한 거고요.
제11계, 이대도강(李代桃?) 역시 마찬가집니다. 자두나무를 살리기 위해 복숭아나무를 친 전술이지요. 중국에게 한국은 복숭아일지언정 자두는 아니라는 게 그들의 셈법입니다.
 
#중국은 36계 밖에서도 공략 병법을 동원합니다. 대표적인 게 이이제이(以夷制夷)입니다.
명사(明史) 장우전(?祐傳)에 나오는데 적의 힘으로 적을 제압하는 전술이지요. 사드 정국 이후 한국의 사드 반대 집회를 집중 보도하는 중국 언론, 한국 외교부 전화는 받지도 않으면서 사드 관련 중국을 방문한 야당 의원들을 환대하는 중국 외교부, 사드에 반대한다는 이재명 성남 시장의 인터뷰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당 선전부 등등... 한국 내 사드 반대 여론을 이용해 사드 철회를 이끌어 내려는 이이제이 전술의 단면입니다.
겸재 정선의 야수소서(夜授素書). 중국 진나라의 병법가인 황석공이 장량에게 `소서(素書)`를 전수했다는 고사를 표현했다. [출처: 중앙포토]

겸재 정선의 야수소서(夜授素書). 중국 진나라의 병법가인 황석공이 장량에게 `소서(素書)`를 전수했다는 고사를 표현했다. [출처: 중앙포토]

 
#살일경백(殺一儆百) 전술 역시 중국의 전통적인 주변국 길들이기 수법이지요.
한서(漢書) 윤옹귀전(尹翁歸傳)에 나옵니다. 하나를 죽여 백에게 경고하겠다는 거지요. 일벌백계와 비슷한 뜻입니다. 요컨대 한국을 집중 공략해 주변국들이 다시는 중국에 대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꼼수입니다. 그게 중국이 바라는 대로 효과가 있을지 아니면 주변국들의 중국 경계와 단합으로 이어지는 역효과를 낼지는 모릅니다. 설사 주변국들이 단합해서 중국에 대응하는 합종연횡을 한다 해도 중국은 개의치 않을 겁니다. 중국의 전략과 전술에는 누가 뭐래도 '중화'만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그게 자국의 가장 큰 약점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지금 중국 고대 병법의 융단폭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중국 고대 병법의 '노리개'가 된 셈입니다. 사실 우리가 중국의 이런 본질과 전술의 셈법을 몰랐던 건 아니죠. '설마설마'하다 당한 겁니다. 대책은 역시 중국 속에 있습니다. 역이용 이지요. 중국이 이이제이하면 우리도 중국 내 지적 양심에 호소하고 중국이 우릴 지붕 위로 올리면 사다리 하나 준비하고 올라가는 전략적 사고와 행동 말입니다. 그래도 결국은 국력입니다. 주체는 역시 개개인입니다. 개개인의 힘이 합해져야 국력이 커지는 법이니까요.
 
한국 정부? 지금까지 봐왔고 보고 있지 않습니까... 기대했다 열받으면 암 걸리기 십상입니다.
 
차이나랩 최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