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결혼하면 왕족에서 이탈 규정
"125대째 이어온 전통을 버릴 수 없다"
부계혈통 남성 원칙..보수파 고집 여전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일본의 큰 골칫거리다. 125대를 부계혈통으로만 이어왔다는 일본 왕실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내년 말 왕위 승계가 예정된 나루히토 왕세자가 아들이 없어 여성의 왕위 계승권 문제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최근 아키히토 일왕의 큰손녀이자 나루히토의 조카인 마코 공주가 약혼을 발표하면서 비슷한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 왕실을 담당하는 궁내청은 아키히토의 둘째 아들인 후미히토 왕자의 딸인 마코가 국제기독교대 동급생인 고무로 게이(25)와 약혼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마코의 약혼은 왕실의 경사이지만, 남자만의 왕위 계승권을 비롯해 성평등에 어긋나는 ‘황실전범’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황족 여성은 천황 또는 황족 이외의 사람과 결혼하면 황족의 신분에서 벗어난다’는 규정에 따라 일본 공주는 결혼하면 왕족 신분 자체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2005년에도 아키히토의 딸 사야코가 왕실에서 ‘제적’을 당해 평민으로 ‘강등’됐다. 아키히토의 손주 4명 중 남자는 둘째 후미히토의 아들 히사히토가 유일하다. 왕실 남성이 부족한데 여성들마저 차례차례 신분을 빼앗기면서 왕족 수는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혼한 공주는 평민이기 때문에 그가 낳은 아들도 왕위 계승권이 없다.
일본에서는 성별 구분 없이 왕위를 계승하는 영국의 사례를 들며 구시대적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특히 일왕의 큰손녀로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마코가 이런 규정의 희생양이 된다는 소식에 반발하는 여론이 있다. 민진당의 노다 요시히코 간사장은 22일 “황족이 감소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현실에 바탕해 논의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왕족 수 감소는 2차대전 이후 본격화됐다. 1947년 일본 왕실은 회의를 열어서 11개 왕족 분파가 왕족 지위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점령국 미국이 군국주의의 중심이었던 ‘천황가’의 지위 약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1912년 즉위한 다이쇼 때부터 일왕이 일부일처제를 택한 것도 왕족 감소의 배경이 됐다.
남성 왕족 감소 때문에 일본 정부는 2000년대 들어 공주 또는 모계혈통 남성도 왕족으로 삼아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여성 궁가(宮家)’ 창설을 검토해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때인 2005년 여성 궁가 창설을 포함한 보고서를 만들었고, 민주당 정권 때인 2012년에도 이런 필요성을 명기한 왕실제도 ‘논점 정리’를 발표했다.
하지만 보수파는 여성 궁가 창설이 부계 계승 전통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반대한다. 아베 신조 총리는 2012년 말 집권 뒤 민주당의 여성 궁가 창설 계획을 백지화했다. 아베 총리는 야당 시절에도 “125대 부계로 이어온 전통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더구나 아베 총리는 2020년 헌법 개정을 목표로 개헌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서, 헌법 개정 논의에 집중하고 싶어한다.
생전 퇴위 의사를 밝힌 아키히토는 내년 12월 퇴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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