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美國消息

거짓말 의심하는 백악관/트럼프, 사드 한국배치 둘러싼 논란에 격노/文대통령 생각

바람아님 2017. 6. 19. 09:28

청와대 '사드 반입 몰랐다' 주장, 거짓말 의심하는 백악관

중앙일보 2017.06.19. 02:00


워싱턴서 커지는 한국 불신
중국 달래기 위한 '제스처' 판단
"트럼프, 차라리 사드 빼라 말해"
미 싱크탱크 "북보다 한국이 문제
정상회담서 신뢰회복 여부가 중요"

지난 8일 낮(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오벌오피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드 한반도 배치 지연’을 보고하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심한 욕설도 많이 섞여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7일(한국시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만큼 긴급을 요하는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이어 8일 오전 북한이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의 일이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틸러슨 국무장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은 당일 조찬을 함께하며 ‘사드 플랜 B’를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플랜 B’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일 급거 워싱턴을 찾아 “한국의 국내적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반영한 일종의 타협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소식통은 “트럼프의 입에선 ‘차라리 (사드를) 빼라’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격노는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에 전해졌다고 한다. 고위 관계자는 18일 “정의용 실장이 당시 서울 브리핑에서 예정에 없이 ‘한·미 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없다’고 재확인(reassurance)하게 된 것은 이런 워싱턴 소식이 들어온 뒤 상황이 긴박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아 안정의 핵심 축이란 의미의 ‘린치핀(linchpin)’으로 불리던 한·미 동맹의 굳건한 상호 신뢰에 대한 균열이 워싱턴의 중추인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부터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정적 영향은 급속하게 파급되고 있다. 최근 만난 미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는 평소의 환한 웃음이 전혀 없었다. 북한 문제 전망을 묻자 “지금 문제는 노스(North·북한)가 아니다. 바로 사우스(South·한국)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도 가급적 짧게 하는 게 상책”이라고까지 했다. 길게 이야기를 나눠봐야 득 될 게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금 워싱턴 조야에서 감지되는 한국에 대한 불신감은 서울의 막연한 예상을 뛰어넘는다. 16일 한·미 관계 심포지엄에서 한국 국회의원과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 등 미국 내 싱크탱크의 동북아 전문가 간에 사드 문제 등을 놓고 감정적 설전이 오간 것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워싱턴의 한 일본 특파원은 “미국 싱크탱크 관계자나 국방부 관료들을 만나면 ‘한국이 도대체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만 듣는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미국의 불신이 정책 불일치에서 비롯된 게 아니란 점이다. 한 소식통은 16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핵심 관계자로부터 들은 ‘한국 거짓말론’을 전했다. “청와대가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로 들어온 사실을 보고받지 못해 몰랐고, 문 대통령은 이에 충격을 받았다’는 주장은 확실한 거짓말(lie)로 NSC는 파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웜비어 등 공통의 대화 주제 준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해찬 특사를 통해 ‘사드 미사일방어(MD) 시스템 즉각 중단’을 강력 요청하자 그에 호응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을 뻔히 아는데 미국에는 ‘국내적 사정’을 핑계 삼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게 미국의 인식이라는 것이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8일 “결국 이번 정상회담에선 특정 개별 정책보다는 두 지도자가 신뢰할 수 있는 개인적 관계를 수립할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두 지도자 간에 공통분모가 될 수 있는 화제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문 대통령은 북한에 18개월간 억류됐다 최근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온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 대한 안타까움을 트럼프에게 전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 정도로 깊어진 양국 간 불신과 갈등이 쉽게 복원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트럼프, 사드 한국배치 둘러싼 논란에 격노했다"

연합뉴스 2017.06.19. 01:30

정부 고위관계자 전해..한미 정상회담 진통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를 둘러싼 논란에 '격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불러 한반도 안보현황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사드 지연 논란에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한국시간으로 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정부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는 없다"고 긴급 진화에 나선 것도 이러한 백악관의 상황을 파악한 뒤 나온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정 실장은 회견에서 "사드는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결정한 것"이라며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해서 이 결정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 계속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작 조혜인,최자윤]

당시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 부지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친 뒤 추가 배치 여부를 결정키로 방침을 정한 후 처음 열린 백악관 회동을 브리핑하면서 '한국 정부의 결정에 실망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식으로 성격을 규정짓고 싶지는 않다"며 "그러나 사드 관련 사항은 미국 정부에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것은 최고위급 차원에서 있었던 대화이고, 우리는 동맹국인 한국에 헌신하고 있으며 그 공약은 철통 같다"고 말한 뒤 "우리는 그 상황과 사드의 추가 배치 중단에 대해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 고위관계자의 이러한 백악관 기류 파악이 정확하다면 이달 말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진통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두 정상의 공동합의문에 이 사안이 포함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러한 기류 속에 미국을 방문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6일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와 관련해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말했다.


비록 그가 특보가 아닌 학자의 입장에서 한 언급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한국 정부 역시 미국과의 다소간의 긴장을 감수하고라도 사드 문제에 관한 한 국내법적 절차를 밟을 것을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그는 "사드가 동맹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 "방어용 무기체계인 사드 때문에 동맹이 깨진다면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온다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고도 지적했다.



문정인 "文대통령 생각"이라는데.. 청와대, 공식 해명은 안해

조선일보 2017.06.19. 03:12

文특보, 訪美 전에 청와대 고위관계자 만나.. 靑측 "조율된 입장 아니다"
- 靑 "개인 의견" 비공식적 대응
"北核해법 중간단계 생략하고 결론만 언급해 논리적 비약.. 대통령 뜻인지는 알 수 없어"
- '美여론 떠보기용' 분석도
文특보는 단순 참모 아닌 '멘토'.. '대통령 구상과 다르다' 단정못해
文대통령도 "주도적 해결" 언급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 특보가 1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제5차 한·미 대화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18일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과 논의해 한·미 합동 훈련과 미국의 전략 무기 배치를 축소할 수도 있다"고 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워싱턴 발언에 공식 대응하지 않았다. 비공식적으로 "청와대와 조율된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북한의 비핵화 등 중간 단계가 생략된 결론만 말한 것이어서 곤혹스럽다"고만 했다. 문 특보는 방미(訪美) 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자신이 할 발언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재(惡材)가 될 발언을 적극 진화하지 않은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정인, 訪美 전 청와대 관계자 만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특보 발언 파문이 커지자 "개인적 의견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백그라운드 브리핑'이란 형식이었다. 당국자가 이름을 걸고 청와대 입장을 밝히는 게 아니라 '관계자'로만 보도할 수 있는 익명 브리핑이다. 문 특보가 '한·미 연합 훈련과 미군의 전략 자산 배치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문재인 대통령 의중인지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대통령 뜻인지 알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고 했다. 명확히 부인을 하지 않은 것이다.


또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특보는 미국을 방문하기 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만나 미국에 가서 어떤 인사들을 만날지, 강연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등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설명했다. 이에 대한 본지 확인 요청에 청와대 관계자는 "고위 관계자가 문 특보와 만난 것은 맞지만, 발언 내용을 미리 설명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관계자라면 문 특보 발언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알 수 있는 문제다. 청와대가 뜻만 있었다면 문 특보를 막을 기회는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이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문 특보는 비핵화 등 북핵 해법의 여러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결론만 언급한 것"이라며 "논리적 비약이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연계시키는 것을 제안했다"고 했는데, 주한 미군 철수 논의가 수반되는 '평화 체제'는 북핵의 '완전한 해결 단계'에서나 논의될 사안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인 지난 4월 27일 TV 토론회에서 "북한이 핵을 동결하고 그것이 검증되면 우리가 한·미 군사훈련을 조정하거나 축소하는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에서 '핵을 동결하고 검증이 되면'이라는 부분을 빼면 이번에 문 특보가 미국에서 한 말과 비슷하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특보가 이런 중간 과정에 대한 설명을 빼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靑, 부인도 시인도 못 해 난처

청와대는 문 특보가 이전에도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5·24 대북 제재 해제, 개성공단 재개 등을 주장할 때마다 시인도 부인도 못 하면서 난처해했다. 그때마다 청와대는 "우리와 협의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문 특보에게 '발언을 가려서 언론에 해 달라'는 메시지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뒤로도 문 특보는 같은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 특보 뜻이 대통령 뜻과 같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 특보가 대통령 생각과 다른 말을 계속한다면 한 번은 몰라도 계속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드 문제의 경우 문 특보가 말한 대로 진행됐다. 문 특보는 지난달 22일 '한겨레21'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는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며 환경영향평가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보고 누락에 대한 진상 조사, 환경영향평가 미비 등을 언급하기 이전이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문 특보를 통해 미국 측 여론을 떠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6·15 17주년 축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변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를 이끌어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이런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 자신이 직접 앞서 나갈 수는 없기 때문에 문 특보를 통해 '나갈지 말지'를 탐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가 문 특보에게 강하게 선을 긋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문 대통령과 문 특보 사이의 특수한 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이란 관측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문 특보는 참모라기보다는 '멘토'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도 매우 조심스럽게 대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임명 당시부터 "외교·통일 장관 위의 '상(上)장관'"이란 말이 회자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