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강동역 4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걸으면 강동구 성내2동 도로변에 '성안마을 강풀만화거리'라는 팻말이 나타난
다. 도로 왼쪽 주택가로 시선을 돌리면 오래된 주택 담벼락을 도화지 삼아 그린 알록달록한 지도가 지나가는 시민을 반긴다.
지난달 23일 찾은 만화거리는 밖에서 보면 일반 주택가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도를 보고 주택가 담벼락을 따라가다
보니 곳곳에서 보물찾기 하듯 만화가 강풀(본명 강도영)의 살아있는 웹툰을 만날 수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3동 개미마을에서 대학생 봉사단원들이 마을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개미마을을 비롯해 서울의 오래된 지역에 그려진 벽화는 마을에 방문객을 끌어들여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금호건설 제공 |
강동구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강풀의 작품에는 강동구 일대가 배경으로 종종 등장한다. 오래된 세탁소, 우유배달 대리점, 다세
대주택 담벼락에는 등장인물들이 웹툰 밖으로 살아 나와 있다. 원래 이곳에 살던 성내2동 주민인 것처럼 주변 배경과 어우러져
있는 것. 강동구는 성내2동과 천호3동 주택가 골목에 강풀의 작품 '그대를 사랑합니다' '순정만화' '당신의 모든 순간'을 담은
벽화 거리를 9월에 열었다. 이곳은 개발이 오랫동안 지연된 주택가로 강동구는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이곳을 만화거리로
만들었다. 골목에서 만난 민문희 씨(63·여)는 "친척집이 있어 이 동네를 자주 지나는데 골목이 화장을 한 것처럼 훨씬 밝아졌다"
며 "그림이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벽화마을은 서울 곳곳에서 주요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2006년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조성된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은 낙후된 지역이 벽화로 되살아난 서울 벽화마을의 원조다.
예술가 60여 명과 주민이 함께 작업해 벽화와 설치 미술로 새롭게 단장된 이 마을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찾는 명물로 탈바꿈했
다. 이화장 옆 이화마을에서 낙산공원으로 향하는 길 곳곳에서 토끼와 나무가 그려진 낡은 담벼락, 꽃이 그려진 층 높은 계단을
만날 수 있다.
은평구 신사동 237 산새마을과 서대문구 홍제3동 1-100 개미마을은 금호건설 대학생 자원봉사단 '파블로'의 벽화그리기 활동
으로 새롭게 태어난 지역. 개미마을이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봉사단에는 벽화를 요청하는 다른 지역의 문의가 늘고 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본동 104 백사마을도 지난해 그려진 벽화를 보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벽화마을이 모두 아름답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마을과 벽화가 점차 알려지면서 몰려든 외지인들의 몰지각한 행동들
때문이다. 종로구는 8월 한 달 동안 이화동 벽화마을 주민들의 민원 해소를 위한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낙서로 벽화가 훼손되고,
관광객들이 마을에서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며 골목길을 활보하는 상황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구청은 벽화와 어울리는
독특한 디자인의 쓰레기통을 설치하거나 주민들이 직접 관광객을 위한 사진촬영사로 나서는 등 벽화와 마을을 보존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선정해 올해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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