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자연은 서양의 위압적이고 거대한 경관과 비교해 ‘산수경관’이라 할 만큼 인간 삶의 척도에 초점을 맞춘다. 한·중·일 삼국의 정원에는 자연을 대하는 태도의 같음과 다름이 잘 드러난다.
전남 완도에 위치한 보길도 윤선도 원림(사적 제368호). 윤선도는 이곳에서 자연을 벗삼아 유유자적했다. |
일본의 ‘고산수(枯山水) 정원’은 방장(方丈)의 뒷마당에 물을 사용하지 않는 직사각형 모양의 모래 정원을 만들거나, 건물 주변에 구불구불한 곡선형의 연못을 만들고 그 옆에 자갈을 넓게 깔아 해안가 같은 분위기의 침전식(寢殿式) 정원을 만든다. 연못 안에는 여러 섬을 만들고, 이 섬들을 다리를 통해 잇는다.
한국의 ‘별서(別墅) 정원’은 오래된 고목들이 숲과 함께 우거져 있고 자연 계류(溪流)가에 정자 하나가 소박하게 지어져 있으며 흘러가는 계류의 일부를 돌려 연못을 조성한다. 연못은 주로 직선의 건축선을 연장시킨 방형(方形)을 띠는데 연못과 석축 이외에는 인공적인 것을 찾기 어렵다.
세 나라의 차이점을 보다 쉽게 접근하려면 인공적인 면을 하나씩 걷어내 보면 된다. 중국과 일본은 정원의 조성 방법이나 재료 모두 자연을 축소한 축경식(縮景式)으로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정자와 석축, 연못 정도만이 인공적인 것이다. 이를 제거하고 나면 정원의 대부분을 이루는 계류와 암반 등 정원의 중심 공간 전부가 남게 된다.
한국의 정원이 인공적 요소가 가장 적은 것은 유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교의 요산요수(樂山樂水), 심신도야(心身陶冶)의 수단인 자연에 대한 경외이자, 자연과 나를 하나로 보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중국과 일본의 정원에 인공이 많은 까닭은 중국은 도교사상이 중심이고 일본은 선불교와 가까워 신앙과 상징적인 것을 선호하는 데 그 이유가 있다.
이탈리아의 한 학자는 자연과 문화, 환경과 예술이 합일된 문화적 자연으로서 정원을 제3의 자연이라 일컬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정원은 제3의 자연 중에서도 가장 자연과 가까운 최고의 경지라 할 만하다.
이원호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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