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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영의 News English]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

바람아님 2017. 9. 21. 07:33

(조선일보 2017.09.21 윤희영 디지털뉴스본부 편집위원)


그냥 빗대는 표현(innuendo)이 아니라 엄연한 국제정치 이론 중 하나다. 자신을 예측 불가능하고 무모한

(be unpredictable and reckless) 미치광이로 인식시켜 판을 유리한 쪽으로 이끄는 것을 말한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에서 유래했다. 

닉슨은 비이성적이고 변덕스러워(be irrational and volatile)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인식을 심어 미국에 대한 도발을 

피하도록(avoid provoking the U.S.) 했다. 1969년엔 베트남전쟁을 끝내려고(in a bid to bring an end to the Vietnam War) 

사흘 연속 핵무장 폭격기들을 출격시켜(get bombers armed with nuclear weapons off the ground) 북베트남과 

그 배후의 옛 소련을 소스라치게(be frightened) 하기도 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북한의 호전적 수사법과 무력 위협(bellicose rhetoric and sabre-rattling)에 아무런 전략적 방향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논리적 계산이 깔려있다(be underpinned by a logical calculus). 

도발과 핵무장 전략의 막후 이유(rationale behind its strategy of provocation and nuclearization)는 지배 체제의 

자기 보존(self-preservation of the ruling regime)이다. 

생존을 확보하려고(ensure its survival) 미치광이 시늉을 하는 것이다.


재래식 전쟁을 벌이면(wage a conventional war against them) 필패(必敗)라는 것을 뻔히 안다(see it through a ladder). 

구식 장비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rely on outdated equipment) 장기간 군사행동을 할 병참 능력도 결여돼 있다

(lack the logistical capabilities for a prolonged campaign). 

그래서 힘의 불균형을 보상하는(redress the power imbalance) 수단으로 핵무장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핵 억지력(nuclear deterrent)은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적이 알아야만 효과가 나타난다. 

북한이 미치광이 전략을 쓰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군사적 도발(military provocations)도 

분별없는 호전성과 예측 불능에 대한 인식을 키워가며(cultivate a perception of its irrational belligerence and 

unpredictability) 조련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의도하든 아니든(whether intentionally or otherwise)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주 바뀌고 일관성 없는 외교정책(oft-changing and inconsistent foreign policy)이 그런 결과를 낳고 있다. 

벼랑 끝 전략(brinksmanship)은 제로섬 게임이다. 한쪽에서 엄포를 놓으면 상대가 '어쩌면 허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일말의 의심을 가져야 하는데, 양쪽이 서로 미치광이 엄포로 맞받아치다가는 예상치 못한 재앙으로 치달을

(rush into an unanticipated disaster)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