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평안북도 만포 기차역은 중공군을 떠나보내는 인파로 가득했다. 학생들은 열심히 깃발을 흔들어 댔지만 뒤편에 선 노인
네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억지로 동원된 기색이 역력한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공군을 보며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이 최근 학술총서 '체코슬로바키아 중립국감독위원단이 본 정전 후 남과 북'을 펴냈다. 1953∼1956년 체코 중감위원단이 찍은 사진 240여 장과 관련 논문 세 편을 실었다. 당시 한반도의 정황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1953년 북한 압록강 중류 연안에 있는 자강도(평북) 만포의 기차역에서 체코슬로바키아 중립국감독위원단이 찍은 중공군 환송 행사. 행사에 동원된 노인들의 눈빛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
당시 체코는 1953년 1차 중감위원단 파견 때 300명이나 요원을 보낼 정도로 중립국 감시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공산국가였던 체코와 폴란드는 '모스크바의 하수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가브리엘 욘손 스웨덴 스톡홀름대 교수도
"실제로도 두 나라 대표단은 공공연히 북한과 중공 측을 지원하고, 남한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벌였다"고 전했다.
책에 실린 사진에서도 그런 경향은 뚜렷하다. 북한에서 벌어진 다양한 정치행사를 담은 사진이 월등히 많다. 하지만 이를 통해
당시 북한이 얼마나 체제 선전에 열성적이었는지도 알 수 있다. 중공군을 떠나보내는 노인의 미묘한 표정이 담긴 사진처럼
이념에 휘둘린 민초의 비감이 느껴지는 사진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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