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절정.. 맑은 날 더 아름다워
가을 하면 황금빛 억새 물결이 떠오른다고? 천만에. 올가을은 핑크빛 억새, '핑크뮬리'가 대세다. 작년 가을부터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조금씩 올라오던 핑크빛 억새 사진은 올가을 소셜미디어를 아예 장악해나가는 중. '주차 행렬이 길어 간신히 입장해 인생 샷 건졌다' '핑크뮬리는 안 보이고 관람 인파만 보이더라' 등 인스타그램엔 '핑크뮬리 대란설(說)'이 난무하는 중. 9~11월 초는 핑크뮬리가 특히 아름다울 때라니 어쩐지 그냥 지나치기엔 아쉽다. 더 늦기 전, 핑크빛 가을을 만끽할 핑크뮬리 군락지를 소개한다.
꿈결 같은 아프리카산 분홍 억새
"황금빛 억새는 서정적이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잖아요. 핑크빛 억새는 보고 있으니 젊어지는 기분이 드네요."(김미향·58) "친구들이 너도나도 인스타그램에 핑크뮬리 사진을 올리기에 좀 지겹다 생각했는데 와서 직접 찍어보니 정말 '인생 샷' 명소가 따로 없어요. 몽환적인 분위기에 영혼 잃고 셔터 계속 누르는 중입니다."(이한나·26)
지난 13일 서울 근교 핑크뮬리 성지(聖地)로 등극한 경기도 양주시 나리공원 핑크뮬리 군락지엔 이른 아침부터 20~60대 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가을, 나리공원의 주인공은 원래 1000만 송이의 천일홍이었다. 지난 9월 23~24일 이곳에서 열렸던 가을 축제 이름도 '천만송이 천일홍 축제'. 한데 핑크뮬리 인기가 급상승하며 천일홍 축제장 가장 안쪽에 있던 핑크뮬리 군락지가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핑크뮬리(Pink muhly grass)의 학명은 뮬렌베르기아 카필라리스(Muhlenbergia capillaris). 라틴어로 '모발 같은'이란 뜻을 지닌 서양 억새다. 분홍 억새, 분홍쥐꼬리새, 헤어리온뮬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핑크뮬리의 사촌쯤 되는 보라색 퍼플뮬리도 있다. 솜털처럼 부드러워 바람이 불 때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개화 시기는 9~11월 초로 10월인 지금이 가장 예쁠 때다. 사진도 황금빛 억새와 달리 노을 질 때보단 맑은 날 해가 있을 때 핑크빛이 선명하고 예쁘게 나온다.
뮬리와 함께 인기인 코키
아(댑싸리) 군락지.">경주·제주·부산…전국에 핑크 물결
핑크뮬리가 인기를 끌면서 경주, 제주, 부산 등 핑크뮬리 군락지는 올가을 여행 필수 코스가 됐다. 경주는 첨성대 부근과 보문단지 내 경주조선온천호텔 맞은편, 스타벅스 보문호수점 길 건너편에서 핑크뮬리를 구경할 수 있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은 첨성대 부근이지만 포토존 외에 핑크뮬리 군락지 안쪽으론 진입이 불가하다.
제주는 서귀포시 안덕면 방주교회, 대정읍 노리매공원 부근에 아담한 군락이 형성돼 있다. 널리 알려진 곳은 안덕면의 '키친오즈카페'와 한림읍 협재리의 '마노르블랑카페', 조천읍 북촌리 '북촌에 가면'. 세 곳 모두 상업시설이지만 핑크뮬리 군락지를 배경으로 이국스러운 간판이나 벤치, 대형 프레임이 있어 개성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부산의 대저생태공원은 최근 떠오른 핑크뮬리 성지. 핑크뮬리뿐만 아니라 핑크색 팜파스그래스, 모닝라이트, 무늬억새 등 이색 억새를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담하지만 대전 금강로하스산호빛공원, 경북 구미 낙동강체육공원, 전남 함평 주포지구 한옥전원마을 억새밸리존, 전남 순천 순천만국가정원 등에서도 핑크빛 가을 낭만을 즐길 수 있다.
'사진발'만 믿고 간다면 실망할 수 있다. 일부 핑크뮬리 군락지는 듬성듬성 뿌리가 뽑히거나 짓밟힌 곳도 눈에 띈다. 양주 나리공원의 한 관리인은 "핑크뮬리 대란에 예쁜 사진 찍겠다고 밭으로 들어가 밭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며 "부디 관람로를 따라 사진 찍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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