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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3不 합의는 '외교 國恥'에 해당된다

바람아님 2017. 11. 29. 08:45
문화일보 2017.11.28. 11:55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3불(不)’을 통한 ‘한·중 사드(THAAD) 갈등 봉합’이 미봉책 이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기존 합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드 철수와 시스템의 사용 제한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와 사드 추가 배치 등 내용을 담은 ‘3불 합의’가 발표된 2017년 10월 31일은 대한민국의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당한 ‘한국 외교의 국치일(國恥日)’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중국은 이제 여기서 더 나아가 북핵(北核)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 동맹 차원에서 설치한 사드 시스템의 운용 방식까지 사사건건 간섭하고 나왔다. 이런 중국의 내정간섭은 국가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한·미 동맹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


‘국민주권’ 하면 문 정부가 그렇게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아니었던가. 촛불집회의 단골 메뉴인 국민주권을 내세우던 정부가 중국의 노골적인 주권 침해에는 왜 꿀 먹은 벙어리가 됐는지 국민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국민주권분과’까지 만들어둔 정부가 아닌가.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한·러 정상회담 발표문에서 미·소 간에 체결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것은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던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에 한국이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돼 한·미 양국 관계에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 사건에 책임을 지고 당시 외교부의 고위층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3불 합의’를 보면 2001년보다 훨씬 더 한·미 동맹 관계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심지어 외교주권까지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것은 문 정부의 국가전략이 한·미 동맹은 립서비스이고 ‘대중(對中) 경사정책’으로 급격하게 선회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한반도는 현재 준(準)전시 상황으로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미국은 북한 선박에 대한 독자제재를 통해서 해상봉쇄 조치를 시작했다. 이미 미국은 항공모함 3척을 동해에 포진시켜 해군력 사용 훈련을 마쳤다. 현재 미국은 F-22와 같은 최신형을 포함한 230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공군력의 사용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냉전 종식 이후 그 전례가 없는 미국의 이런 대규모 해·공군력 동원 훈련은 북한을 겨냥한 것임과 동시에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의 문 정부에 대한 외교·군사적 압력은 지금까지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코리아 패싱’이 없다고 하지만, 문 정부의 잘못된 ‘균형외교 노선’으로 인해 한국은 미·중 패권 경쟁과 북핵 위기의 와중에서 되돌아나오기 힘든 ‘외교의 늪’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다.


한국 외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안보회의의 기능을 하루바삐 정상화해야 한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모든 사안을 두고 장관들과 부처들 간에 국익(國益)의 관점에서 열띤 논의가 이뤄지도록 보장해야 한다. 특히, 국가정보원은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더 이상 적폐 청산에만 매달리지 말고 정보 수집과 분석에 더욱 주력해 국가안보회의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국가안보회의 정상화를 통해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고 국가주권을 지키면서 국가안보 현안에 대처할 수 있는 국가이성적 차원의 현실주의적 방안들을 시급히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