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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짜리 비자 하루 만에 발급"...글로벌 인재 빨아들이는 중국

바람아님 2018. 1. 7. 09:26
[중앙일보] 입력 2018.01.05 22:09

노벨상 수상자·기업인 등 대상...한번 입국에 180일 체류
배우자·자녀도 동반 허용..."천하의 영재 필요"


 중국이 외국인 고급 인재 모시기에 발 벗고 나섰다. 노벨상 수상자 등에게 10년짜리 장기 비자를 무료로 발급해 주는 등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으면서다. 우수한 인재는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든 자국으로 불러들여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과학기술을 토대로 경제 강국을 건설하려는 ‘인재 블랙홀’ 전략이다.  
 
 5일 BBC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새해부터 중국 정부가 요건을 충족한 외국 인재를 대상으로 5년이나 10년짜리 비자를 이르면 하루 만에 무료로 내주는 내용의 비자 정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비자로 입국하면 한 번에 최대 180일까지 머무를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중앙포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중앙포토]

  
 이번 특혜성 비자 혜택의 타깃은 과학기술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들이다. SCMP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나 세계 일류 대학의 박사, 유명 스포츠 선수·코치, 중국 국영 언론사에 초빙되는 외국인 사장·편집인 등이다. 베이징 근로자 평균 임금(9만2000위안)의 최소 6배 이상의 임금을 받는 ‘몸값’ 높은 외국인들도 해당한다. 이들의 배우자나 자녀도 동일 조건으로 특별비자를 발급받는다. 
 
 중국은 비자 발급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통상 외국인들이 중국에서 일하기 위해 받는 취업 비자로는 한번 입국했을 때 90일까지만 체류가 가능하다. 이미 비자를 가진 외국인들은 1~2년에 한 번꼴로 갱신을 해야 한다.  
 
 중국 당국은 최소 5만 명의 외국인이 파격적인 비자 정책의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인재에 러브콜 보내는 중국

해외 인재에 러브콜 보내는 중국

  
 이에 대해 SCMP는 “첨단 과학을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면서 외국인 전문가 인재 풀을 넓히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BBC는 “중국은 경제 발전의 핵심 열쇠를 해외 인재 모시기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그동안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어 왔다. 성장률 하락 압력 속에서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는 길을 과학기술 혁신에서 찾았다. 미국과 유럽을 따라잡는다는 ‘과학 굴기(堀起)’ 목표 아래 과학자, 발명가, 기업 경영자 등 중국에 탁월한 공헌을 할 수 있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프로그램을 2004년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더욱 확대했다. 
 
2017년 1월 중국 국가과학기술장려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참석자들을 격려하고 있다.[신화통신=연합뉴스]

2017년 1월 중국 국가과학기술장려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참석자들을 격려하고 있다.[신화통신=연합뉴스]

  
 2008년엔 거액의 보너스를 앞세워 과학자 등 글로벌 인재 1000명을 영입하는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시행했다. 2012년에는 만인(萬人)계획으로 확대했다.  
 
 해외 인재 유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역점 구상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2014년 과학·경제·항공·의학 분야 외국 전문가 등과의 좌담회에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천하의 영재들을 필요로 한다. 인재(영입) 정책을 더욱 개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지난해 9월 “중국 내 인재와 시장을 활용하는 것 외에 해외 전문가를 위한 개방정책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고급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기술자·연구자·경영자 등이 1년 만에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제도를 시행했다. 재일 외국인이 영주권을 얻는 데는 통상 10년 이상의 체류기간이 필요한데, 이 같은 규정을 단계적으로 완화해 온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앞서 고급 외국인 인재를 2020년 말까지 1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우수한 해외 인재를 불러들이기 위해 영주권 취득까지의 체류기간을 세계에서 가장 짧게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